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천당과 지옥을 왔다갔다 한 기분이다. 서울 강서구 외곽에 있는 방화5단지(전용 66㎡)를 6억2000만원에 사기로 하고 구두계약까지 했으나, 돌연 집주인이 2000만원을 더 올려달라고 해 끝내 계약에 실패한 것이다. 소위 ‘영끌’을 했으나 하루가 멀다하고 치솟는 집값에 내 집 마련의 꿈은 다시 멀어졌다.
|
이는 서울 전세난이 악화함에 따라 불안감을 느낀 젊은 세대 중심의 무주택자들이 중저가 아파트 중심으로 일부 매수전환에 나선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감정원의 아파트 매입자 연령대별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30대의 아파트 매수 비중은 38.5%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의 30대 매수 비중은 올 6월32.4%로 오르기 시작해 7월 33.4%, 8월 36.9%, 9월 37.3% 등 오름세가 이어졌다. 20대 이하와 30대를 모두 합치면 지난달 서울아파트 매수 비중은 43.6%에 이른다.
|
한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그때 집을 사지 못해 평생을 후회하게 생겼다” “코로나19보다 부동산 때문에 더 스트레스다” “이 넓은 하늘 아래 전셋집 하나 들어갈 곳이 없네요” “정부 믿고 집 안샀더니 ‘벼락거지’ 됐네요” 등 집값·전셋값 폭등으로 상실에 빠진 이들의 글이 넘쳐난다. ‘벼락거지’는 집값이 안정화 될 것이라는 정부 부동산 대책을 믿고 아파트 구입을 미뤘다가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모두 올라 이도 저도 못하게 된 사람들을 일컫는, 무주택자의 박탈감이 담긴 신조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서울 전세난이 계속되고 서울 인근인 김포 지역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전세 수요자들이 매수로 갈아타려고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전세가 집값을 밀어 올리면서 9억원 이하 일부 단지는 오름세”라고 했다. 그는 “정부가 내놓은 전세대책도 중기대책에 가까워 당장 거처가 필요한 수요자들의 갈증을 해소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