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미국 아카데미상 주요부문 4개상을 휩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이틀 딴지를 걸고 있다. 이를 두고 미국 CNN조차도 트럼프 대통령을 “반(反)미국적 행위”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라는 제목의 집회에서 ‘기생충’으로 오스카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을 두고 “그 빌어먹을(freaking) 영화로 아카데미상을 탔다”고 말했다.
유세 과정에서 그는 “올해 영화가 하나 있었고 그들은 최고의 영화라고들 말했지만 나는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는 한국과 매우 잘 지내지만 (오스카상 수상을 보고는) ‘도대체 이게 다 뭐지’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하루 전인 20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콜로라도 연설 도중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이 형편 없었다. 다들 봤느냐”라고 입을 뗀 뒤 “무려 한국 영화가 수상했다”고 비꼰 바 있다. 이어 “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같은 영화가 나오길 바랐다. ‘선셋대로’ 같은 좋은 (미국) 영화가 많은데 수상작은 한국 영화였다”며 불만을 떠뜨리기도 했다.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딴지에 미국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CNN 방송 크리스 실리자 선임기자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을 축하하기보다 다양성을 혹평하는 것은 순전히 반미국적 행위일 뿐이다”며 “유권자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호소는 ‘우리는 미국이다, 우리가 최고다, 최고가 된 것에 대해 사과할 필요는 없다’는 발상에 따른 것인데 이는 확실히 그의 생각의 어두운 면”이라고 꼬집었다.
전날 기생충의 북미 배급사인 네온도 공식 트위터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며 “그는 글(자막)을 읽을 줄 모른다“고 받아쳤다. 비영어권 영화에 대한 포옹력이 없음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