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백건우와 배우 오현경, 아이돌 그룹 엑소 등 좀처럼 한 무대에서 만나기 어려운 문화·예술인들이 엊저녁 한자리에 섰다. 남산 국립극장에서 열린 ‘제4회 이데일리 문화대상’ 시상식에서다. 수상의 주인공들이 함께 꾸민 갈라콘서트는 장르와 세대를 뛰어넘는 진한 감동의 무대 그 자체였다. 관람객들을 하나의 고리로 연결하는 ‘문화·예술의 힘’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올곧게 자신의 자리를 지켜 온 수상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우리 문화·예술계의 앞날은 결코 어둡지 않다. 하지만 향유 계층의 편중과 공연장 부족, 문화·예술인들의 열악한 생계 문제 등 아직 걸림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순수한 창작 열정을 정치·이념적 잣대에 따라 내 편, 네 편으로 가르는 현실에서는 문화·예술이 제대로 꽃피우기 어렵다.
문화계 내부의 편향된 인식도 문제다. 감성에 호소하는 예술적 표현과 예술이라는 이름에 빙자한 정치적 폭력은 구분돼야 마땅하다. 표현의 자유는 충분히 존중해야 하지만 모독적이며 저급한 표현은 순수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문화·예술이 정치나 이념적 표현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니다. 정파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고 건설적인 비판으로 승화하려면 스스로 도덕적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정부 차원의 ‘블랙리스트’가 분명히 잘못이긴 하지만 문화·예술계가 진영 싸움으로 편 가르기를 자초한 면이 없지 않다는 지적도 새겨들어야 한다.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문화·예술인들이 코드에 맞춰 깃발을 들었던 사례가 없지 않았다. 권력의 흐름에 따라 문화 권력이 좌에서 우로, 또는 우에서 좌로 이동하는 모습은 안타깝기만 하다. 권력을 추종해 ‘문화의 정치화’를 선동하는 세태가 사라져야 할 것이다.
문화·예술의 올바른 발전은 창의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될 때 비로소 이뤄질 수 있다. 이념을 배제하고 창작 여건을 개선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가 문화를 지배하려 해서는 안 되며, 문화·예술계도 사회 현실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되 한도를 넘어선 정치화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문화·예술 활동은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살맛나게 해주는 일이다. 이데일리 문화대상이 앞으로도 우리 사회를 풍요롭고 살맛나게 만드는 역할을 다해나갈 것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