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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운용보수를 떼고 나면 액티브(active)펀드가 패시브(passive)펀드보다 아웃퍼폼(outperform)하기 어렵다.”
김영기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본부장은 12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김 본부장은 2011~2013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에서 ‘좋은아침’ 펀드 시리즈를 출시해 3년간 펀드 수익률 상위 10위권을 놓치지 않았던 인물이다. 주로 주식형 펀드를 운용해왔던 그도 액티브펀드의 미래가 밝지 않다고 평가했다.
◇ `채권혼합형` 수준의 국내 증시 `투자 매력` 있다
지난해 주식형 공모펀드는 최악의 해를 보냈다. 제로인에 따르면 최근 1년 수익률은 5.01%로 코스피지수 상승률(8.34%)보다도 낮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 주식형펀드에선 자금이 7조1000억원(지난해 기준)가량 빠져나갔다. 김 본부장은 “주식형펀드가 시장금리 대비 초과 수익을 내기 위해선 경기나 업종에 사이클이 있어야 하는데 지난 몇 년간 저성장에 박스권 증시가 계속되면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며 “이런 환경에선 펀드내 포트폴리오를 교체해줘야 하는데 매매 비용 등이 소요돼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내 증시는 박스권 탈출이 가능할까. 김 본부장은 “항상 좋게 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한국 증시가 정말 싸다는 것이다. 코스피 지수 2000선이 PBR(주가순자산배율) 1배 수준인데 이는 기업의 자산만 평가받지 이를 토대로 한 영업상 이익은 하나도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얘기”라며 “장기간 박스권이 유지된다는 것도 못 오를 뿐, 하락할 여지가 적어 하단이 탄탄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엔 상장기업의 순이익이 80~90조원 수준에서 정체됐으나 작년과 올해는 순이익이 증가해 박스권 장세에서 탈출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와이즈에프앤(Wisefn)에 따르면 유가증권 상장 지배기업기준 순이익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80조원 안팎이었으나 작년 잠정치로 103조9000억원이 예상되고 있다. 원재료 가격 상승에 제품가격이 오르고 매출과 순이익 증가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다. 그러나 원재료 가격 상승이 최종재 가격 전가로 진행될지에 대해선 두고봐야 한다. 그는 “미국 경기가 괜찮고 중국 명목 경제성장률은 여전히 높은 편이라 수요가 회복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며 “상반기엔 원재료 가격 상승에 재고를 확보하려는 기업 수요증가에 재고순환사이클이 개선될 것이지만, 하반기에 소비자들의 수요 회복과 최종재로의 가격 전가까지 확인해야만 박스권 탈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을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도발 가능성, 유럽의 정치 이벤트 등에 대한 부분도 박스권 탈출에 걸림돌로 지목된다.
박스권 탈출에 대한 전망이 중립적인 상황에서 국내 주식은 여전히 투자 가치가 있는 것일까. 김 본부장은 국내 주식을 ‘채권혼합형’ 정도의 리스크과 수익률이 있는 시장으로 평가했다. 그는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해 2~4%의 배당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종목들이 여전히 있는데다 선진국 증시가 멀티플 15배이고 국내 증시가 10배인 점인 감안하면 더 오를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 여전히 유효한 카드 `三電`..“돈 많이 벌 수 있는 구간 와 있다”
그러면 뭘 사야 할까.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구간에 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들 종목에 대해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펀더멘털은 여전히 좋다”며 “4차 산업혁명의 핵심부품의 반도체이기 때문에 일단 수요가 받쳐준다. 중국은 2020년까지 수 십 조원의 반도체 투자를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의 결정은 국내 반도체 업종엔 고민거리다. 중국이 하지 않는 새로운 분야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 때문에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구체적으로 설비투자를 얼마 늘리겠다고 하지 않는다.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은 적극적이지 않은 셈이다. 또 반도체는 더 작게 만드는 등의 마이그레이션(migration)을 해야 하는데 성공률이 높지 않아 생산에 로스(loss)가 많이 난다. 결국 돈이 굉장히 많이 벌릴 수 있는 구간에 있다. 주가는 추가로 상승하고 캐시플로우가 좋아 배당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주가를 움직이는 키워드로 `트럼프`를 꼽았다. 그는 “트럼프 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이미 주가가 반응을 했고, 이에 대한 불확실성 등에도 반응을 할 것”이라며 “트럼프의 금융완화 정책이 저평가된 미국 은행주를 살아나게 하면 국내 금융주도 오를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대감이 펀더멘털 등으로 현실화되지 못할 경우엔 주가 조정은 불가피하다. 그는 2005년부터 펀드매니저를 시작해 2008년 금융위기도 겪었지만 가장 힘들었던 때로 2014~2015년에 바이오 등 중소형주들이 급등했을 때를 꼽는다. 그는 “펀더멘털과 관계 없이 중소형주, 중국 내수주들이 무차별하게 오르고 대형가치주들은 상대적으로 하락했다”며 “어느 시장에나 하이리스크-하이리턴(High risk-high return)gg은 있지만, 그 때는 오직 그 시장만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뒤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은 바이오업종 등은 하향세를 걷고 있다. 실제 신한BNP파리바의 대표펀드 중 하나인 ‘신한BNP좋은아침설계자1펀드’는 2014년 연간 수익률이 8.73% 하락했으나 2004년 1월초 설정후 최근까지 누적 수익률은 무려 106%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