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시승 행사는 승용차, 특히 스포츠 성향이 강한 차량에 한정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상용차 브랜드들 역시 틈틈히 시승 행사를 개최하며 고객 및 딜러들을 대상으로 제품 교육 및 체험 행사 등을 꾸준히 개최해왔다. 특히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용차의 경우 일반 승용차보다 최신 안전 사양을 선행 탑재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이러한 시승 및 체험 행사는 브랜드의 자신감을 반영한다.
상용차 브랜드가 안전 사양에 초점을 맞춘 체험 행사를 개최하는 것이 처음이라 할 수 있는 이번 행사는 만트럭버스코리아 입장에서도 무척 신경을 많이 쓴 행사라고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본격적인 체험 행사를 앞두고 만트럭버스코리아의 막스 버거 사장이 마이크를 잡고 간단한 환영사를 전하는 것이 아닌 ‘만 트럭이 가진 안전 사양에 대한 자신감과 브랜드에 가치’ 그리고 ‘향후 만트럭버스코리아의 방향’에 대한 설명이 이어가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막스 버거 사장은 “2016 MAN 안전 사양 체험 이벤트는 돌발 상황에서 안전한 주행을 유도하는 만트럭의 우수한 능동적 안전사양을 고객들이 직접 체험하고 고객만족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준비된 행사”라고 설명하며 “앞으로도 부산모터쇼 참가 및 안전사양 시승 이벤트와 같이 앞으로도 많은 고객들이 만트럭의 우수성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체험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소개를 받은 후에는 이번 체험 행사를 위해 준비된 차량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행사에서는 두 대의 프리미엄 모델과 세 대의 560 EL 그리고 한 대의 480을 비롯해 총 여섯 대의 트랙터(트레일러)와 10x4 액슬의 LX 카고, TGS 6x2 카고가 각각 한 대씩 그리고 TGS 하이퍼와 TGX 티퍼까지 총 10대의 차량이 준비되었다.
차량 소개 이후에는 이번 행사에서 체험하게 될 만의 안전사양에 대한 기술적인 발표를 진행되었다. 2016 MAN 안전 사양 체험 이벤트에서 경험해볼 수 있는 안전 사양은 총 네 가지로 구성되었다.
운전자의 혜택에 무게를 두는 상용차 브랜드답게 만트럭버스코리아는 각 안전 기술의 기술적인 원리와 함께 이를 통한 고객이 누릴 수 있는 혜택, 즉 효율성이나 유지비 절감 등에 대한 언급이 이어졌다. 예를 들면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LGS 4)의 경우에는 ‘단조로운 장거리 주행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운행 지속성이 보장된다’라는 것이다.
덧붙여 승용차에서도 이제는 익숙한 이름의 ‘ESP(차량 안전성 제어장치)’의 경우에는 오버/언더스티어 및 전복 상황과 같은 위험 상황의 확률을 낮춰 ‘차량의 운송 효율성의 증대’라는 관점으로 설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주행 퍼포먼스 및 안전 아닌 ‘비용’에 기반한 관점으로 하는 점이 무척 이색적으로 느껴졌다.
안전 사양 설명과 관련된 질의응답까지 진행된 후 본격적인 체험 행사가 진행될 주행 장소로 자리를 옮겼다. 배정된 조에 따라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 차량 안전성 제어장치, 비상제동 보조장치 2 그리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의 순서로 체험을 진행했다. 준비된 차량이 많지 않았던 만큼 조별로 순서에 맞춰 차례를 기다렸다. 한편 이번 체험은 모두 안전을 위해 만트럭버스그룹에서 근무하는 프로피드라이버(인스트럭터)가 스티어링 휠을 잡았다.
상용차의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을 체험하는 방법은 승용차와 조금 다를 것 같았다. 하지만 막상 그 원리나 구조는 비슷했다. 프로피드라이버가 스티어링 휠을 놓자 차량이 천천히 한쪽으로 쏠렸다. 그리고 차선에 닿는 순간 무척 큰 음량의 경보음이 들려왔다. 그 소리의 크기가 무척 커 만약 잠이 들었다고 하더라고 깰 정도였다.
재미있는 건 운전자들의 주행 환경이나 패턴 등을 분석하며 다양한 변수와 특정 상황에 따른 비활성 조건이 적용되어 있는 점이었다. 기본적으로 주행하는 방향에서 오른쪽 차선을 넘을 경우에는 조금 차선을 조금 더 넘어간 후에야 경고음이 울리도록 했다. 또한 차선의 폭이 일정 거리 이상 늘어날 때에는 차선으로 인식하지 않아 선을 넘어도 경고음이 울리지 않도록 했다.
두 번째로 차량 안전성 제어장치, 즉 ESP를 체험했다. 사실 다른 안전 사양들은 대부분이 ‘정상적인 상황’에서 발생하는 것에 반해 ESP는 차량이 운전자가 원하지 않는 상태에서 개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체험하게 될까?’라는 궁금증이 있었다. 그리고 ESP 체험 장소로 이동하고는 그 방법을 알게 됐다.
노면에 물을 뿌려 미끄러지기 쉽게 만들고 그 위를 육중한 만 트럭이 달리는 모습을 보고는 순간 당황했다. 타이어는 미끄러지는 소리를 냈고, 프로피드라이버는 정신 없이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모습이 유리창 너머로 보였다. 그 장면을 보고는 ‘이래도 되는 걸까?’ 그리고 ‘사고는 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머리 속에 가득했다.
만트럭버스코리아는 “통상적으로 네 바퀴가 대부분인 승용차와 달리 상용차는 액슬의 개수가 무척 다양하다”라며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ESP의 최적화된 세팅이 쉽지 않고 액슬을 추가할 때에 맞춰 그에 따른 튜닝이 필요하다”라며 상용차에서 ESP의 이상적인 구현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끄러운 노면 위에서도 가볍게 방향을 틀고, 코스를 벗어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ESP의 개입의 성과를 느낄 수 있었다.
앞차의 속도, 간격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현재 차량의 주행 속도를 조율하는 능동형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인 ACC는 최근 승용차 시장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장거리 주행이 많은 운전자라면 ACC의 존재만으로도 장거리 주행이 든든하다. 이러 기능이 상용차에도 반영되었다.
만트럭버스코리아는 앞서 가는 승용차를 두 대의 트럭이 ACC 기능으로 쫓도록 했다. 처음에는 80km/h 속도로 주행을 시작했고, 앞서 달리는 승용차는 주행 거리에 맞춰 60km/h, 40km/h 그리고 20km/h로 속도를 줄였다. 이에 따라 두 트럭은 부드럽게 제동을 하며 앞 차와의 간격을 유지했다. 대신 속도가 25km/h 이하로 줄어들자 ACC 기능이 해제되며 운전자에게 스티어링 휠을 넘겼다.
제동 반응에 있어서는 승용차에 적용된 ACC와 비교해도 무척 부드러운 제동이 눈길을 끌었지만 앞 차량과의 간격이 상당히 긴 편이라 고속도로와 같은 고속, 장거리 주행에서 활용성이 높아 보였다. 도심 주행이 잦은 일반 운전자라면 비난의 대상이겠지만 오랜 시간을 쉬지 않고 달리는 트럭 운전자들에게는 만족스러울 것 같다.
점점 가까워지는 장애물을 인식하자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과 같이 엄청나게 큰 경고음이 들렸고, 그럼에도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자 트럭 스스로가 제동하며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인상적인 점은 제동이 무척 부드러운 점이다. 아무래도 무거운 적재물을 끌고 가는 경우가 많은 만큼 적재물의 파손을 줄이기 위한 노력일 것이다.
사실 이번 행사에서 경험하게 된 네 가지의 기능들은 이미 승용차 시장에서 100% 구현된 기술들이다. 하지만 이 행사가 의미가 있는 건 승용차의 무게로는 이해할 수 없는 영역에 이른 육중한 트럭들의 사고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상용차 브랜드의 고객들은 숫자에 민감하다. 상용차 선택이 이익을 판가름하기 때문이다. 만트럭버스코리아는 물론 많은 상용차 브랜드들은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제품에 대한 완성도 경쟁은 물론 안전 확보의 경쟁의 고삐는 결코 풀어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