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것은 한국 영화의 히어로도 전통주나 막걸리가 아닌, 위스키를 들이켠다는 것. 여기서 의문점이 생긴다. 한국 영화에 정말 히어로가 있나?
500년 전 그림에 봉인된 전우치라면 어떨까. 도술을 부려 옥황상제 행세를 하고 도포 자락 한 번 휘둘러 비바람을 부르는 전우치라면 한국형 히어로라고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 게다가 서양 히어로 뺨치는 빼어난 외모에 어벤져스도 울고 갈 유쾌함까지 갖췄다면 히어로 명함이 무색하지 않을 터.
전우치는 현대 히어로는 아니지만, 500년 전 스승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신선들에 의해 그림에 갇혀 있다 우리 시대에 깨어난다. 깨어난 직후 전우치가 찾는 것은 바로 ‘술’이다. 500년 만에 깨어났으니 목이 마를 테고, 술을 즐겼던 히어로라면 무엇보다 알코올이 그리웠을 것이라는 점은 애주가라면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500년 만에 깨어난 전우치가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채 들이켜는 것은 바로 싱글몰트 위스키 ‘맥캘란’이다. 500년을 그대로 살아온 신선들이 대령한 술이긴 하나, 전우치와는 어울리지 않는 술임에도 전우치는 맥캘란을 병째 들고 벌컥벌컥 마신다.
일부 영화팬들은 맥캘란의 과도한 간접광고(PPL)가 거슬린다는 평을 내놓았지만, 한편에서는 전우치가 현대의 위스키를 들이켜는 장면이 신선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갓과 도포, 그리고 맥캘란이 묘하게 어울렸다는 것. 게다가 전우치가 병으로 들고 마신 맥캘란은 귀하디귀한 30년산이다. 500년을 산 도사가 30년산 위스키를 마시는 아이러니가 나쁘지 않았다는 감상평도 다수다.
재미있는 것은, 영화 속 아이러니를 떠나 싱글몰트 위스키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전우치 영화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고 한다. 값비싼 위스키 중에서도 30년산을 얼음도, 분위기도, 음미도 없이 물을 마시듯 마셔버렸으니 싱글몰트 애주가들 사이에서는 ‘마음 아픈 장면’으로 손꼽힐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