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세계 최대 모바일칩 제조업체인 퀄컴이 차세대 모바일 프로세서를 전통적인 생산업체인 대만 TSMC가 아닌 삼성전자(005930)에서 생산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인 리코드(re/code)는 20일(현지시간)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퀄컴이 과거 관행을 깨고 차세대 모바일칩인 `스냅드래곤 820` 프로세서를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팹에서 생산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직접 칩을 생산하는 팹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퀄컴은 역사적으로 가장 앞선 공정에서 모바일 칩을 생산해왔다. 그동안에는 주로 TSMC와 다른 파운드리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가 14나노미터 와이어링 공정을 통해 20나노미터인 TSMC를 기술적으로 앞서면서 퀄컴이 삼성전자를 파운드리 계약사로 낙점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다른 조건들이 같다면 보다 얇은 와이어를 사용할 경우 칩 크기도 작고 비용도 절감되는 동시에 배터리 효율성도 높기 마련이다.
아울러 퀄컴은 한동안 발열 문제를 일으킨 현재 하이엔드 제품인 `스냅드래곤 810`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전략으로도 읽힌다. 발열 논란을 불러 일으킨 스냅드래곤 810은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S6`에 탑재되지 못했고 삼성은 자체 생산한 엑시노스 칩을 탑재했다. 삼성이라는 주요 고객을 놓친 퀄컴은 결국 올 회계연도 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기에 이르렀다. 퀄컴 스냅드래곤 810은 HTC 원과 LG 플렉스2에 탑재됐다.
이번에 생산되는 `스냅드래곤 820` 프로세서는 내년에 주요 업체들이 생산하게 되는 2016년형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채택될 것으로 예상된다. 퀄컴은 삼성에서 프로세서를 생산하게 될 경우 삼성의 차세대 스마트폰에 탑재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리코드는 전했다.
앞서 이 매체는 애플도 차세대 하이엔드 칩인 A9 생산을 삼성전자 팹에서 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