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에 대한 욕망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한 것은 ‘아빠’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 2013년 여름부터였다. 아이의 모습을 직접 찍어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은 잊었던 카메라 소유욕과 교묘히 결합해 마음을 흔들었다. 특히 무시무시한 베이비스튜디오의 가격은 든든한 후원군이 됐다. 물론 아내는 이런 강력한(?) 논리에도 불구하고 아직 눈 깜짝도 하지 않는다.
아빠의 욕망을 깨우는 ‘니콘 D5500’
니콘이 이번에 내놓은 신상 카메라 D5500은 ‘아빠 카메라’를 표방하며 아빠들의 욕망을 직접 자극한다. 격투기 선수 추성훈과 그의 딸 사랑이를 모델로 앞세웠던 전작인 D5300의 성공도 이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아빠카메라는 과연 무엇일까? 어떤 성능과 조건을 갖춘 카메라를 아빠카메라라 부를까? 니콘 D5500으로 2주간 아이를 촬영하며 아빠카메라의 자격을 고민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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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아빠카메라는 가볍고 작아야 한다. 어깨에는 가방을 메고, 허리에는 아기띠를 감고 여차하면 아이를 안아야 하는 상황에서 크고 묵직한 카메라는 버겁다. 그런 측면에서 소형·경량·슬림 바디를 추구하며 전작보다 크기에 무게를 모두 줄인 니콘 D5500은 좋은 점수를 줄만하다. 무게는 420g(본체기준)으로 아빠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며, 크기 역시 최근 출시되는 프리미엄 미러리스 카메라와 비교하면 오히려 작은 느낌이다.
아빠카메라는 ‘저성능’이 아니다
아빠카메라는 단어에서 오는 대중적인 느낌과 달리 꽤 뛰어난 성능을 요구한다. 아빠의 사정과는 무관하게 움직이는 아이를 담으려면 빠르게 초점을 잡아주는 뛰어난 AF성능과 고감도의 ISO 성능은 필수다. 쉽게 웃음을 허락하지 않는 아이 찰나의 순간을 담으려면 고속 연사 기능도 있어야 한다. 중급기와 보급기 사이를 오가는 D5500의 성능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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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카메라로 직접 아이 포토북을
아이는 역동적이다. 그래서 좌우와 위쪽으로 180도, 아래쪽으로 90도로 회전이 가능한 D5500의 멀티 앵글 액정 모니터는 다양한 화각에서 아이의 모습을 찍는 데 좋다. 틸트액정보다는 확실히 나아 보였다. 액정 모니터를 누르기만 해도 사진 촬영이 되는 기능은 신기하면서도 다소 어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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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니콘 D5500은 아빠카메라의 장점을 두루 갖춘 카메라다. 이런 카메라라면 굳이 비싼 돈 들여 아이 사진을 전문가에게 맡기지 않고 셀프스튜디오나 야외에서 직접 찍어도 충분하다. 정성 들여 찍은 사진을 직접 포토북으로 꾸민다면 감동은 배가 된다. 아이가 일찍 자는 틈을 타 야경 사진을 찍는다 던지, 약간의 개인 취미생활을 하는데도 부족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