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연구원이 30일 내놓은 ‘신흥국 외환위기 가능성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정부부채·경상수지,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등 국제통화기금(IMF)의 거시경제 건전성지표를 사용해 신흥국들의 위기대응에 대한 취약성을 점검한 결과, 인도, 터키, 우크라이나, 브라질, 남아프리카 공화국, 이집트 등이 최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이들 최고위험군 국가의 위기가 고위험군(베트남,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등)으로 전이될 경우, 중위험군(대만, 태국, 체코 등) 및 저위험군(한국, 필리핀 등)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아르헨티나가 IMF 구제금융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주요 신흥국들의 통화가치와 주가지수가 동반 하락하는 등 신흥국 금융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양적완화 규모를 100억달러 추가 축소키로 하면서 글로벌 자금흐름 변동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도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홍준표 연구위원은 “한국은 외환보유액 규모가 충분하고, 경제 여건이 전반적으로 양호해 금융위기 가능성이 낮다”면서도 “신흥국 위기가 한국의 외환·채권·주식시장 등 금융부문은 물론, 수출·물가 등 실물부문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등 주요 국가들과의 통화 공조 및 공동 대응전략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주요국들과의 통화스왑이 큰 도움이 됐다는 판단에서다.
이외에도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선물환포지션 제도, 외환건전성 부담금,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등 거시건전성 3종세트를 강화해 은행의 단기차입 비중 증가를 지속적으로 제한하는 한편, 외국인 투자자금의 급격한 유출 가능성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필요성이 대두됐다.
홍 연구위원은 “일부 신흥국의 외환보유고 및 유동성 부족, 재정적자 등은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위험성은 낮아졌지만, 국내 은행들의 단기 외화 차입금에 대한 지속적인 감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의 급격한 유출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세제상 지원 등을 통해 장기투자를 적극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