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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여! 대저 나는 어떤 사람이란 말입니까?”
추사가 유배됐던 서귀포면 대정마을로 향했다. 추사는 조선시대 안동김씨에 의한 세도정치 때문에 무고로 유배당했다. 대정마을에 도착하면 먼저 성벽이 눈에 들어온다. 그 안쪽에 추사의 제주 유배생활을 기념하는 제주추사관이 자리하고 있다. 2010년 5월에 건립된 추사관은 지하 2층, 지상 1층, 전체면적 1192㎡규모다. 추사가 쓴 편지와 시 그리고 그림 등의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제주 유배시절의 추사를 엿볼 수 있다.
추사는 혹독한 고문 끝에 제주도에서 서남쪽으로 80리나 떨어진 대정마을에 위리안치되었다. 위리안치는 유배형 가운데 가장 혹독한 것으로 유배지에서 달아나지 못하도록 가시울타리를 만들고 그 안에 가두어 두는 형벌이다. 하지만 추사는 비교적 자유롭게 주변을 돌아다닐 수 있었다. 당시 관내 수령이 배려해준 까닭이다. 그 덕에 산방산과 물이 좋은 안덕계곡을 찾을 수 있었고 한라산도 오를 수 있었다. 이렇게 주변을 걸으며 추사는 유배생활로 지쳐가는 자신을 다스릴 수 있었을 것이다.
추사의 예술 세계는 제주도 유배 시절 만개했다고 전해진다. ‘추사체’가 완성됐고, ‘세한도’가 그려졌다. 1844년 추사는 역관이었던 제자 이상직(1804~1865)에게 세한도를 그려주었다. 이상적이 중국에 오가면서 수시로 귀한 책을 구해 보내준 것에 가슴 뭉클했다. 주위의 거의 모든 사람이 떠났지만 이상직은 스승에 대한 존경에 변함이 없었다.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비로소 소나무와 잣나무가 홀로 시들지 않음을 알게 된 것’이다. 이상적에 대한 추사의 마음을 그대로 대변하는 말이다.
세한도는 단순하고 적막하다. 나지막한 토담집 한 채와 그 옆에 소나무 잣나무 네 그루가 전부다. 한 겨울의 물리적인 추위를 그리고 있지만 내적으로는 추사 자신의 심리적인 추위를 상징적으로 담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형식적인 계기 일뿐이다. 세한도의 진정한 의미는 자전적인 내면 풍경을 담은 자화상 같은 그림이라는 데 있다. 추사는 외쳤다. ’하늘이여! 대저 나는 어떤 사람이란 말입니까??(天乎此何人斯)’. 세한도는 바로 그 물음에 대한 스스로의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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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념·인연·사색…세갈래 길 앞에 서다.
본격적인 추사유배길은 추사관에서 부터 시작된다. 추사관 뒤로 추사가 두번째 살았던 곳인 강도순의 집이 복원되어 있다. 첫 번째 살았던 송계순 집과는 300m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송계순 집보다 널찍하다. 강도순의 집은 당시 대정고을의 최대 부잣집이었다. 추사는 이 곳을 감귤의 지조와 향기로운 덕을 칭송해 ‘귤중옥(橘中屋)’이라 했다. 추사의 제자 강위는 스승이 10년간 가부좌를 튼 ‘달팽이집’이라 했고, 제주도 제자 이한우는 시에서 ‘수성초당(壽星草堂)’이라 불렀다. 그가 머물렀던 곳은 한 평 남짓의 비좁은 방이다. 하지만 그는 이 좁은 초가집 방구석에서 ‘추사체’라는 최고의 글씨를 완성했고, 세한도를 그려냄으로써 타의 추종하는 업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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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코스는 ‘인연의 길’이다. ‘추사관~수월이못~제주옹기박물관~곶자왈~오설록’에 이르는 8km 길이다. 1코스와 비슷하다. 추사의 한시, 편지, 차 등을 통해 추사의 인연을 떠올리는 길이다. 제주 옹기를 만들었던 도요지가 있어 제주의 옹기문화를 함께 만날 수 있다. 또 추사가 높이 평가했던 제주 감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과수원들도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추사는 매화, 대나무, 국화 등은 어디서든 볼 수 있지만 귤만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다고 했을 정도로 제주 감귤을 좋아했다고 한다.
3코스는 ‘사색의 길’이다. 걷는 맛이 쏠쏠하다. 산방산의 웅장함과 안덕계곡의 경관을 따라 걷는 길이다. 대정향교에서 출발해 산빙산을 왼쪽으로 휘돌아 걷는데 10㎞길이다. 3월 중순, 산방산 앞마당에 노오란 유채꽃이 융단처럼 깔려 있다. 추사는 이길을 통해 제자들과 안덕계곡까지 자주 산책을 가곤 했다. 좋은 물을 구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예로부터 안덕계곡은 계곡의 뛰어난 경치와 맑은 물로 유명했다고 한다. 3코스는 4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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