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기용기자] 박영철 고려대학교 교수는 2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세계은행(WorldBank)의 `개발경제컨퍼런스(ABCDE)`에서 "은행에게 무위험 국채 매입에만 자금운용을 허용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ABCDE 둘째 날 전체회의 발표자로 나서기 전 배포한 `글로벌 규제시스템 개혁: 동아시아 신흥경제의 관점`이란 자료를 통해 "동아시아 신흥경제는 금융위기를 통해 미국발 금융 위기 등 외부충격에 의한 유동성 위기에 대해 관리능력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이어 "신흥경제 금융시장은 세계 금융시장과의 통합 정도가 클수록 위기관리능력이 더 낮게 나타났다"면서 "특히 은행 대차대조표의 외화자산·부채 만기불일치는 이번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중 하나로 선진국 은행산업에도 만연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에 따라 "지급결제기능을 전담하는 은행에게 무위험 국채 매입에만 자금운용을 허락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최종대부자의 신흥경제에 대한 유동성 지원 보장을 통해 만기불일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세계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다양한 구조화 파생상품의 발행과 거래,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 다국적 금융기업 등에 대한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동 발표자로 참석한 조슈만 아이젠만 산타 크루즈 캘리포니아 주립대 교수는 `금융위기와 과소규제 및 과다규제의 역설`이란 발표자료를 통해 "규제기관의 독립성과 투명성 제고 등을 위한 글로벌 기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위기발생 확률이 낮은 경제 안정기에는 규제 강도가 약화되며, 위기 미발생 기간이 충분히 지속될 경우 실제 규제 수준은 영으로 하락한다"면서 "규제개혁 정책 입안자들도 정보의 비대칭성과 국민들의 인식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규제강화 노력이 위기 예방에는 도움이 되지만, 위기발생 가능성 자체가 줄었다는 식으로 오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젠만 교수는 "규제 당사자들의 의견이 의사결정과정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경우 과다규제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규제기관의 독립성과 투명성 제고, 정보공개 및 건전성 규제(prudential regulation)에 관한 글로벌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