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에서 만난 신진희 국선전담 변호사는 최근 불거진 딥페이크 범죄 사태를 두고 이같이 말했다. 신 변호사는 지난 2012년부터 피해자 전담 국선변호인으로서 ‘N번방 사건’, ‘버닝썬 사건’ 등 우리 사회를 뒤흔든 굵직한 사건을 맡아 처리한 이 분야 최고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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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변호사는 “아이들의 경우 온라인 소통과 관계 형성에 익숙하지만 범죄와 비범죄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신체 노출 또는 성적 접촉을 입은 피해 아동을 상담할 때 보면 부모 입장에서 분노가 치미는 심각한 상황에도 피해 아동 당사자들은 정작 자신이 당한 폭력을 큰 문제라고 인식 못 할 때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 변호인으로서 신 변호사가 가장 안타까움을 느끼는 대목은 피해자가 겪는 고통에 비해 가해자들이 받는 처벌이 너무 가볍다는 점이다. 특히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과 딥페이크 불법 합성물의 경우 유포되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이 피해가 커진다. 이 같은 피해를 입은 피해자의 경우 강간과 강제추행 등 물리적인 성폭행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오랜 기간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기 일쑤다.
신 변호사는 “강간 사건은 피해자와 피의자가 뚜렷하고 범죄 인과관계가 명확하지만 불법 촬영에 따른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최초 유포자를 통해 전 세계로 순식간에 퍼지면서 가해자가 수백수천명으로 늘어난다”면서 “다수의 가해자는 벌금형 정도 처분을 받지만 피해자는 사건 종결 후에도 얼굴도 모르는 가해자들로부터 끊임없이 고통을 받으며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린다”고 지적했다.
이에 불법 촬영 범죄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도 종종 발생한다. 지난해 압구정동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남성에게 마약류를 처방한 의사의 불법 촬영 피해자 중 한 명도 최근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신 변호사는 “현행법상 강간 등의 죄를 범한 자가 피해자에게 육체·정신적 상해를 입혔을 경우 강간치상죄를 적용할 수 있지만 불법 촬영물에 의한 치상은 따로 인정되지 않는 만큼 가중처벌이 안된다”며 “가족은 물론 친구, 직장동료에게 말도 못 하고 사법기관의 적극적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소외감에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에 이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신속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 변호사는 “N번방, 박사방 사건이 드러난 지 4년이 지났지만 피해자들의 고통은 현재 진행형으로, 피해자가 가장 바라는 것은 신속한 수사와 빠른 영상물 삭제, 영상 재유포자들에 대한 신속한 검거”라며 “늘어나는 신종 범죄를 강력하게 처단할 수 있도록 가중 처벌 조항을 마련하고 양형 기준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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