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힉스는 1964년 논문에서 우주를 구성하는 12개 기본입자(쿼크 6개·렙토 6개)와 4개 매개입자(광자·Z입자·W입자·글루온)에 각각의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입자의 존재를 예견했다. 힉스는 우주 탄생 직후 생겨난 입자들은 질량이 없었지만 빅뱅 과정에서 힉스입자와의 상호 작용 속에서 질량을 갖게 됐다는 가설을 세웠다. 힉스의 가설은 기본입자와 매개입자 등 소립자 간 상호작용으로 물질이 생겨났고 우주가 작동하고 있다는 ‘표준모형’을 설명하는 핵심 이론이 됐다.
힉스입자의 존재는 발견·측정하기 어려워 한동안 가설에 머물렀지만 2013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빅뱅을 재현하는 강입자가속기(LHC) 실험을 통해 힉스입자의 존재를 확인했다. 힉스는 수십년 만에 힉스입자의 존재가 확인되자 눈물을 훔쳤다. 그 해 노벨위원회는 힉스입자의 존재를 예견, 자연현상에 대한 이해를 한 단계 진전시킨 공로로 힉스와 동료 프랑수아 앙글레르에게 노벨물리학상을 수여했다.
CERN에서 힉스입자 규명에 참여한 브라이언 콕스 맨체스터대 교수는 “우리가 힉스입자를 통해 물리학을 연구하는 한 그의 이름은 (계속) 기억될 것”이라고 고인을 기렸다. 앨런 바 옥스퍼드대 교수도 “힉스는 질량에서 입자, 전자에서 톱 쿼크(가장 무거운 쿼크)에 이르기까지 전 우주에 퍼져 있는 장(공간 어디서나 입자를 만들 수 있는 물리적 대상)의 존재를 제시했다”고 힉스의 업적을 설명했다.
1929년 영국 뉴캐슬에서 태어난 힉스는 킹스 칼리지 런던과 에든버러대에서 물리학을 공부했다. 겸손한 무신론자로 유명한 힉스는 자신이 존재를 예측한 입자를 힉스입자나 ‘신의 입자’로 부르는 것을 불편하게 여겼다. 작위도 거부하던 그는 2013년에야 엘리자베스 2세 당시 영국 여왕으로부터 명예훈작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