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2년까지 아파트 500만 가구에 AMI를 보급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계획을 전면 재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코로나19와 홍보 미흡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지만 정책 추진 단계에서부터 주민수용성 문제와 AMI 시장 규모 등을 세밀하게 따져보지 않고 추진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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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용 스마트 전력 플랫폼 사업의 지역별 참여 가구 현황(설치계약)을 보면 경기가 64.8%인 7만623호였다. 다음으로 서울 1만7902호, 광주 1만965호, 경남 8761호, 전남 5357호, 인천 3092호, 전북 2371호, 충북 2786호, 충남 1325호, 강원 1175호, 울산 912호 등 낮은 계약체결건수를 보였다. 부산과 대구 등 6개 지역은 아예 참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용 AMI사업은 고압아파트 500만호를 대상으로 AMI(스마트전력계량기)를 보급해 에너지 이용효율을 향상하기 위한 사업이다. AMI는 실시간 전력사용데이터를 가정에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자발적으로 전력사용 절감을 유도한다. 이번 사업은 지난해 9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운영하는 시범사업으로 사업예산만 3525억원에 달한다. 정부가 지난해 전기요금체계 개편에서 추진한다고 밝힌 ‘계시별 요금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AMI가 필수로 설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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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I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아파트 단지별로 주민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홍보 부족으로 주민 동의를 이끌어 내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갑작스레 폭증한 AMI 물량을 만들어낼 제조사도 한정돼 있다. 현재 시장 규모로는 정부가 계획한 기한 내에 500만호에 설치할 물량을 댈 수 없다는 의미다.
계량기 업체 한 관계자는 “LS일렉트릭이 이 시장에선 규모가 가장 큰 데 협력사에 위탁 수주하는 방식으로 물량 일부만 댔다”며 “대부분 AMI제조업체는 사업에 손도 못 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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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관계자는 “내년 AMI 보급 목표 수정 작업을 하고 있다”며 “보급한 물량과 앞으로 보급할 물량, 업체의 수용 능력 등을 고려해 올해 말까지 새 사업안을 다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규민 의원은 “지속적으로 참여 가구가 저조하면 예산만 낭비되고 전국 아파트 에너지효율 향상이라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며 “산업부는 지자체와 한전 등과 협업해 사업의 홍보와 인식제고를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