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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김정남 암살 용의자 리정철 기소…"대북제재 위반"

방성훈 기자I 2020.09.13 11:07:37

말레이시아 위장회사 운영 및 美금융시스템 악용 혐의
"리정철, 北 위한 물품 구매하고 딸 리유경이 통역"
두 부녀 자금세탁 도운 말레이인 간치림도 기소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법무부가 김정남 암살 사건 용의자인 리정철과 그의 딸 리유경을 대북제재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미 법무부는 11일(현지시간) 리정철·리유경 부녀, 말레이시아인 간치림을 대북제재 위반 및 금융사기, 자금세탁 공모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미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이 법원에 제출한 기소장 등에 따르면 이들은 말레이시아에 위장 회사를 차리고 2015년 8월부터 최소 2016년 8월까지 북한을 위한 다양한 물품들을 구매하는 일을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물품들을 구매했는지는 적혀있지 않았으나, 이를 위해 미 금융시스템을 통해 자금을 세탁했던 것으로 미 사법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미 법무부는 리정철이 북한 인민무력부 하부 조직으로 미 재무부 제재를 받은 회사의 간부라고 밝혔다. 또 그가 말레이시아의 한 회사에 고용된 것으로 서류상 확인되지만 임금을 받은 적도, 현장에서 일하는 모습이 포착된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의 딸 리유경은 말레이시아의 대학교에 등록해 통역 일을 하며 아버지를 도운 것으로 파악된다. 말레이시아인 간치림은 이들을 도와 달러 송금 업무 등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리정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암살 사건 용의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김정남은 지난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 공격을 받고 사망했다. 당시 리정철은 말레이시아에서 체포됐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고 이후 추방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신분을 위장해 말레이지아에서 지속적인 활동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부의 북한에 대한 경고나 압박은 특별한 일이 아니지만 타이밍이 오묘하다.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북한 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 속에 나온 발표이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기소에 대해 “미 사법당국이 북한을 겨냥해 미 국가 안보 및 국제 금융 체계에 위협이 된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친분을 재차 과시한 시점에 압박한 것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은 건강하다. 절대 그를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했으며, 미시간주 유세에서는 김 위원장에 대해 “다른 종류의 사람이고 매우 똑똑하다. 우리는 잘 지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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