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Fi카페] '레트로'…유행은 돌고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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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성 기자I 2019.05.04 12:30:02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독특함을 연출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이중 하나가 ‘레트로’입니다. ‘복고풍의 재해석’이라고도 불리는 이 레트로는 ‘레트로스펙트’의 줄임말입니다. 예전의 상태로 돌아가거나 과거의 모습을 본뜨려고 한다는 뜻입니다. 흔히 복고풍이라고도 말합니다. 과거에는 패션의 한 트렌드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문화상품, 식료품 등에 고르게 나타납니다.

이런 레트로를 본 딴 제품은 워낙 많은데요,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진로소주가 가능합니다. 하이트진로가 예전 할아버지 시대 진로소주 원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출시했죠. 밀레니엄 세대에게는 ‘낯섬’을 중년 이상 세대에게는 ‘향수’를 자극합니다.

레트로라는 말은 최근 들어와 쓰는 단어는 아닙니다. 가까이로는 2010년대 이후 수도 없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응용되고 있습니다. tvN에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가 또 그 예입니다. 지금은 보기 힘든 브라운관 TV, 꼬부랑 전선 유선전화기 부뚜막 등이 그 드라마에서 나왔습니다. 당시 유행이 반영된 노래와 의상 등도 보였지요.

식품 업계 레트로는 약간 결이 다릅니다. 사람의 입맛은 상대적으로 변화의 속도가 늦기 때문입니다. 한 번 성공한 과자나 라면이 수십년 사랑을 받는 이유죠. 그러다보니 새로운 맛의 신제품이 좀처럼 자리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과거 제품을 모티브로 연결고리 삼은 제품들이 나옵니다. 실패 확률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죠. 기업 입장에서는 실패 확률을 줄이고 소비자에게는 추억을 되올리게 합니다.

이렇게 레트로가 흔해지다보니 이 단어마저 응용되고 있습니다. 레트로를 재해석한 게 ‘뉴트로’, 젊은 세대를 위한 레트로를 ‘영트로’, 빈티지가 반영된 레트로를 ‘빈트로’라고 하는 것이죠.

뉴트로는 ‘뉴 레트로’를 줄인 단어입니다. 과거에 촌스러웠는데 2000년대 들어 다시금 부활한 단어입니다 .예컨대 70~80년대를 경험하지 못했던 밀레니엄 세대가 이 때 유행했던 신발이나 가방, 의상 등을 패션에 활용하는 것이죠. 같은 맥락에서 ‘영 레트로’, 영트로까지 쓰이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기성세대에게 추억을 팔기 위한 ‘복고’가 아니라, 지금 젊은세대를 위해 재해석된 ‘복고’라고 보면 됩니다. 원더우먼이 1990년대에는 촌스러운 캐릭터였지만, 2000년대 들어 참신하게 재해석된 게 한 예가 됩니다. 2007년 원더걸스가 원더우먼을 ‘소환’했죠.

제일기획이 2018년 12월 자사 웹진에 올린 글을 보면 뉴트로의 핵심은 ‘새로움이자 희소함’에 있다고 합니다. 단순한 복고가 아니라 현재 볼 수 없는 독특함이죠. 원더걸스는 원더우먼을 통해 당시엔 보기 힘들었던 ‘독특한 여성 캐릭터’를 재해석한 셈입니다.

이런 풍조는 레스토랑이나 커피숍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전 급식소 같은 분위기의 식당, 폐업한 목욕탕에 차린 커피숍이 예입니다. 기성 세대한테는 익숙함이자 추억을 느끼는 장소가 되겠지만,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평소 못봤던 새로움이 됩니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게 있습니다. ‘사진’입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유튜브에 자기 경험을 공유합니다. ‘내 경험’이 디지털화돼 유통되는 것입니다. 제일기획은 ‘20대의 고고학적, 인류학적 감수성이 작동한다’고 해석했습니다.

요새는 빈트로라는 단어가 쓰이고 있습니다. 광고제작 대행기업 이노션은 최근 카페나 빈티지숍, 소품, 패션 등에서 빈트로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노션이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블로그와 카페, SNS 등을 통해 생산된 단어 93만여 관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경기 둔화 와중에도 개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성향이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예컨대 특정 브랜드 신발이 20년만에 재출고돼 판매고를 올린다던가, 누가 봐도 헌 신발짝인데 인기가 높다던가를 들을 수 있습니다. 빈트로 관련 언급량은 2016년 60만여건에서 2018년 93만여건으로 늘었습니다.

특히 카페(13만4225건)는 00당, 00상회처럼 오래전 간판의 서체와 함께 찻잔, 조명, 테이블 등을 활용한 곳이 SNS 상의 핫플레이스로 등장했습니다. 인테리어도 예전 맥주컵, 우유컵, 소주컵이 다시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빈티지컵을 수집하는 취미까지 부상했습니다.

이런 레트로가 적절하게 환영받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필요할까요? 단순히 옛것을 살린다고 해서 레트로가 될 수는 없습니다. 자신만의 주관을 갖고 꾸준하게 자기의 길을 유지하면서, 과거의 추억을 응용하는 요령이 필요합니다. 남들과 상관없는 개성이 절실한 것이죠.

이는 자기 인식의 시간을 얼마나 갖는지도 관련이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남들에게 잘 포장해서 보여줄 수 있는지 ‘자기인식’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주관은 단시간에 키워지는 게 물론 아니겠죠.

새로운 것을 추구하든, 옛것을 살리든 잊지 말아야 할 것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자기 주관’입니다. 자기 생각과 옛것이 만났을 때, 추억도 새로운 유행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WiFi카페는?

와이파이가 잘 통하는 카페에서 편히 쉬면서 읽을 수 있는 글을 지향합니다. 2018년에 이어 올해 5월부터 다시 연재를 시작합니다. 식음료와 IT, 우리 문화에 대해 얘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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