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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에 ‘반도체 백혈병’ 사과한 삼성..남은 과제는

김종호 기자I 2018.11.26 08:26:35

구체적인 보상 과정에서 피해자마자 입장차로 갈등 재연 가능성
해외 사업장 및 다른 계열사로 직업병 논란 확산될 가능성도
노동자 건강권 보호 위한 관련 법 개정 요구 목소리 커질 듯

[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김기남(왼쪽 첫 번째) 삼성전자 대표이사와 황상기 반올림 대표(오른쪽 첫 번째)가 지난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반올림 중재판정 이행합의 협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가운데는 김지형 조정위원회 위원장.


[이데일리 김종호 기자] 삼성전자(005930)와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들을 대변하는 시민단체인 반올림이 지난 23일 ‘중재판정 이행합의 협약식’을 열고 조정위원회가 제시한 중재안을 모두 수용한다는 내용을 담은 협약서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2007년 3월 삼성전자 기흥공장 근로자 황유미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숨지면서 시작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백혈병 분쟁이 11년 만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는 이날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협약식에 참석해 “소중한 동료와 그 가족들의 고통을 일찍부터 성심껏 보살펴드리지 못했다”면서 “병으로 고통 받은 직원들과 그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삼성전자는 과거 반도체 및 LCD 사업장에서 건강유해인자에 의한 위험에 대해 충분하고 완벽하게 관리하지 못했다”고 인정하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삼성전자는 더욱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로 거듭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단상에 오른 황상기 반올림 대표는 “(삼성전자의) 오늘의 사과를 다짐으로 받아들이겠다”며 “삼성은 직업병 노동자들을 위한 폭넓은 보상을 마련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중재안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보상 업무를 반올림과의 합의에 따라 제3의 독립기관인 ‘법무법인 지평’에 위탁한다. 지원보상위원회 위원장은 법무법인 지평의 김지형 대표 변호사로 합의했다. 삼성전자와 법무법인 지평은 조속한 시일 내 피해자 지원보상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곧바로 지원보상 사무국을 개설할 계획이다. 사무국은 12월 초쯤 개설될 것으로 예상하며, 빠르면 올해 안에 지원 보상이 시작돼 오는 2028년쯤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중재 판정에 명시된 산업안전보건 발전기금 500억원을 전문성과 공정성을 갖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기탁하기로 했다. 기금은 전자산업안전보건센터 건립 등 안전보건 연구개발과 기술지원서비스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 산재 예방 사업에 사용된다.

그러나 여전히 과제는 남아 있다. 구체적인 보상 과정에서 피해자마다 입장차로 인해 보상 등이 지연될 가능성이 여전하다. 앞서 지난 1일 조정위는 보상범위와 금액 등을 조정한 중재안을 삼성전자와 반올림 측에 각각 전달했다. 중재안에 따르면 1984년 5월17일 이후 1년 이상 반도체·LCD 라인에서 근무하다 질병을 얻은 임직원 전원이 보상 대상자다. 질병 범위는 암과 희귀질환, 유산 등 생식질환, 자녀 질환 등이 폭넓게 인정됐다. 보상액은 백혈병이 최대 1억5000만원이며 피해자의 근무장소, 근속기간, 발병연령, 질병 세부 중증도 등을 고려해 다르게 산정된다. 피해자마다 각기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적용 기준과 보상액 등을 놓고 의견차가 생길 여지가 있다.

또 삼성전자가 기탁할 500억원 규모의 산업안전보건발전기금의 활용 방식도 아직 완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 함께 반올림측은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관련 법 개정을 정부와 국회에 요구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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