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건설이슈]집은 많지만 정작 살고픈 아파트는 없는 서울

김기덕 기자I 2018.10.20 08:00:00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시장 현황 분석’ 보고서 화제
서울 주택 공급 충분하지만, 아파트만 따지면 부족
최근 6년 간 아파트 누적 부족량 5만4000가구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이번 주 국내 주택 전문 연구기관의 한 보고서가 화제가 됐습니다. 올 초부터 약 10개월여에 걸쳐 조사·연구가 진행된 만큼 100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에는 전국 주요 지역의 주택시장 현황 및 대응 방안 등 다양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보고서의 핵심은 현 주택시장 양극화 해소를 위해 지역별 맞춤형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즉, 공급 부족과 적정 및 과잉 지역을 구분해 규제 적용을 달리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현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수차례 쏟아낸 부동산 규제는 대부분 수요 억제에 초점이 맞춰 있는 데다 공급 대책은 아직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주택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전국 47개 주요 지역 주택공급 현황.(주택산업연구원 제공)


가장 주목받는 지역은 역시 서울이었습니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의 표적인 서울 주택시장은 최근 연이은 대책에 주춤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불안감이 가시지 않은 상황입니다. 아직 매수자와 매도자 간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동안 서울 주택시장 과열 원인을 놓고 ‘주택 공급이 수요에 비해 충분치 않다’, ‘주택 공급은 충분한데 투기세력이 과열을 불렀다.’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습니다. 과연 무엇이 맞을까요? 이 보고서에서는 서울의 신규 주택수요(국토부 추산 연 평균 5만5000가구) 대비 장기 평균 공급량(연 6만4000가구)을 감안하면 주택 공급은 충분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수치상 놓고보면 오히려 공급 과잉인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를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어렵습니다. 가장 중요한 실제 수요가 빠져 있기 때문인데요. 즉, 서울 시민들의 원하는 아파트 수요와 공급만을 따진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6년 간 사람들이 몰리는 아파트 수요는 연 4만 가구로 추정되는데, 공급량은 연 3만1000가구에 그쳤다는 게 보고서가 분석한 연구 결과입니다. 결과적으로 최근 6년 간 수요에 비해 부족한 아파트 누적 공급량은 5만4000가구나 됩니다.

그럼 서울 전체 주택 공급량이 수요를 넘어선 것은 왜 일까요? 그것은 다름아닌 다세대 등 선호도가 낮은 비아파트 비중이 늘어서인데요. 실제 지난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연평균 1만6000가구 증가하던 비아파트 공급량은 2012년부터 2017년 6년 간 연평균 4만4000가구나 늘었습니다. 서울 지역 내 아파트 공급에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의존도가 약 78%를 차지하는데 최근 5년간 정비사업 구역이 총 354곳이나 해제된 것입니다. 결국 아파트 공급은 줄고 다세대 등 비아파트 비중이 크게 늘면서, 전체 주택 공급이 증가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습니다.

한마디로 집값 과열이 나타난 서울 주택시장의 원인은 아파트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라는 것에 기인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를 달리 말하면 현 정부에서 추진하는 수도권 내 대규모 공급 대책이 서울이 아닌 경기도 등 수도권 외곽지역에서 이뤄지게 된다면 별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서울 아파트 수급 현황 및 대책.(자료=주택산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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