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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소득 분배 악화, 매우 아픈 지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9일 오후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 결과에 대한 서면 브리핑에서 “참석자들은 1분위 소득 성장을 위한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참석자들은 또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문재인 정부 3대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되, 보완책에 대해서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1분위(소득 하위 20%) 소득을 올리는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뜻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부터 2시간 30분 동안 청와대에서 ‘가계소득 동향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회의에는 정부와 청와대의 경제팀이 총출동했다. 정부에서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청와대에서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홍장표 경제수석 등이 참석했다.
관심사는 ‘1분기 소득 성장을 위한 특별한 노력’이 무엇인지다. 이날 비공개로 논의된 대책은 공개되지 않았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를 EITC로 풀이한다. EITC는 저소득 또는 자영업 등 근로빈곤층 가구를 지원하는 근로연계형 소득지원제도다. 일을 통해 소득이 늘어나면 지원받는 근로장려금(소득세 환급세액) 액수도 늘어나게 된다. 근로의욕을 높이면서 빈곤 탈출이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복지 성격의 조세 제도다. 미국이 1975년 처음 실시한 이후 영국과 프랑스 캐나다 등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노무현 대통령 때 도입했다.
◇EITC 확대, 빠르고 효과적인 대안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을 맡았던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1분위 가구에는 단기 노동자, 알바로 살아가는 가장이나 청년, 영세한 자영업자, 노인 가구가 포함돼 있을 것”이라며 “청와대가 1분위 소득 성장을 위한 특별한 노력을 하려면, EITC 지원을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영세한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2인 이상 명목소득)은 128만6700원이었다. 이는 작년 1분기보다 8%나 감소한 것이다. 감소폭은 역대 최대 수준이다. 1분위는 연령별로는 70세 이상이 43.2%로 가장 많았고 60대가 21%, 50대 이하가 35.8%였다. 통계청은 서비스업,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건설업 부진도 1분위 소득 감소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했다.
정부 내에서도 EITC 지원에 공감하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분위 소득을 높이려면 결국 정부 재정이 필요하다”며 “이미 추경(추가경정예산안) 카드를 썼기 때문에 EITC 지원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은 29일 브리핑에서 “기재부에서 EITC 관련 용역을 진행 중”이라며 “최저임금 제도 자체를 근로장려세제(EITC) 등과 연계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의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한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도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최저임금을 너무 급격하게 인상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 “EITC는 전반적인 평가가 좋고 미국과 영국 등도 성공했다. 그걸 더 확대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큰 4대 보험에 가입해야 지원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일자리안정자금의 인센티브 자체가 없다”며 일자리안정자금 대신 EITC 확대를 거듭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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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풀고 법인세 감면 필요” 반론도
일각에선 노인 일자리 수당을 올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월 22만원인 노인 일자리수당을 40만원까지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노인 일자리수당은 지난해 27만원으로 올랐다. 기초연금을 확대해 퇴직 이후 급감한 고령층의 소득을 지원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정세은 교수는 “하반기에 인상되는 기초연금이 고령층에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 하위 70%까지 차등 지급하는 기초연금 기준금액은 오는 9월부터 20만6000원에서 25만원으로 인상된다.
그러나 이 같은 재정지원 방식보단 민간을 지원하는 방안으로 가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결국 민간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도록 지원하는 게 가계소득을 늘리는 근본적 해법이라는 생각에서다. 구체적으론 규제혁신, 법인세 감면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국회의장 직속 ‘싱크탱크’인 국회미래연구원 박진 초대 원장은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2년 차에는 제조업 침체 분위기를 반전시킬 개혁이 필요하다. 정부의 규제·진흥 기능을 줄이면서 민간·시장의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며 △기업 구조조정 △규제 개혁 △노동개혁 △호봉제 폐지를 주문했다. 이어 “수도권 소재 대기업 등 민간기업이 수도권 밖으로 이전하면 법인세를 영구적으로 감면하자”고 제언했다. 이는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지방분권과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제안했던 방안이다.
정부의 후속대책은 빠르면 다음 달에 발표될 전망이다. 기재부 다른 관계자는 통화에서 “저소득 국민 관련 대책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날짜는 정해진 바 없는데 6월 말, 7월 초에 발표할지 경방(2018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시점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동연 부총리는 지난 2월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EITC를 포함해서 (최저임금, 일자리안정자금) 연착륙 방안을 금년 상반기에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