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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용익의 록코노믹스]록이 저항음악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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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용익 기자I 2017.11.11 11:11:11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1990년대 중반 한 대학 축제에서 국내 유명 헤비메탈 밴드가 축하 공연을 했다. 공연 중간 사회자가 무대에 올라 밴드의 보컬리스트에게 ‘저항음악’에 대해 한 마디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한 보컬리스트의 대답은 사회자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저항은 배운 분들이나 하시고요, 저는 음악이나 하렵니다.”

록 음악은 흔히 ‘저항음악’으로 불린다. 1960년대 이후 일부 뮤지션들이 반전(反戰)과 평화를 노래한 영향이 크다. 하지만 처음부터 사회를 비판하고 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음악은 아니다. 로큰롤의 태동 과정을 살펴보면 오히려 풍요로운 자본주의 경제의 산물로 보는 게 타당하다.

1951년부터 1960년까지 미국 경제는 총 37% 성장했다. 이 결과 미국은 그 때까지 지구상에서 나타난 나라 가운데 가장 부유한 나라가 됐다. 특히 뉴딜 정책과 제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소득 분배에 있어서도 상당한 평등화가 일어났다. 1928~1946년에는 최상위 5%의 고소득자가 전체 국민 소득의 3분의 1을 차지했지만, 1950년대에 이르러서는 이 비율이 5분의 1도 되지 않았다. 미국 경제가 번영하면서 중산층과 서민층까지도 혜택을 입어 전 국민이 골고루 잘 사는 나라가 됐다는 의미다.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 6·25 전쟁 이후 조성된 미국과 소련의 냉전 체제는 경제 성장세를 부추겼다. 이 시기 양쪽 진영에서는 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방위산업과 함께 신기술이 놀라운 발전을 거듭했다. 최초의 컴퓨터(1951년), 최초의 트랜지스터 라디오(1954년), 최초의 집적회로(1956년), 최초의 인공위성(1957년) 등이 모두 이 때 나왔다.

미국에서는 베이비붐 영향으로 인구가 급증하면서 도시 외곽에 대규모 주택단지가 형성됐고, 인구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서비스업 성장의 발판이 마련됐다. 1955년에는 시카고 인근에 최초의 맥도날드가 문을 열었고, 로스앤젤레스에는 디즈니랜드가 개장했다.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이 주크박스에서 나오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사진=HistoryInPics 트위터)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급속한 발전은 음악 시장의 성장으로 연결됐다. 1951년에는 45 RPM 레코드를 사용하는 주크박스가 미국 전역의 레스토랑 곳곳에 설치됐고, 그로부터 3년 뒤에는 트랜지스터 라디오가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다. 주크박스와 트랜지스터 라디오의 발명은 음악 소비의 변화를 주도했다. 그 전까지는 비싼 가격의 오디오와 음반을 통해 집에서만 접할 수 있던 음악을 언제 어디서나 싼 값에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음악을 소비하는 가격이 낮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젊은이들이 음악의 주 소비층으로 부상했다.

특히 경제적 풍요로움과 기술의 발전은 이 시대 10대 청소년들의 삶의 방식을 바꿔놓기에 충분했다. 그들은 부모 세대와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했다. 부모들이 가족의 생존을 위한 음식을 장만하는 데 돈을 썼다면, 이들은 자신의 만족을 위해 음악과 패션을 소비했다.

그런 신세대 청소년들에게 스탠다드 팝이나 재즈, 컨트리는 에너지와 자유분방함을 대변해줄 수 없는 고리타분한 음악일 뿐이었다.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은 더 강하고 더 빠르고 더 신나는 음악을 찾았다.

때마침 1950년대 중반 악기 제조업체인 펜더와 깁슨이 각각 대량생산하기 시작한 솔리드바디 일렉트릭 기타가 만들어내는 사운드는 이들의 요구에 정확하게 부합했고, 우리가 아는 로큰롤 특유의 소리가 만들어졌다.

로큰롤의 탄생 이후 대중음악은 더 이상 어른들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10대들이 몰려다니며 듣는 노래는 음악시장의 판도를 바꾸어 놓기에 충분했다. 미국 뮤지션 조 스태포드는 1958년 10월 13일자 음악전문지 빌보드와의 인터뷰에서 “오늘날 9~14세 연령층은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돈으로 풍부한 음반을 구입해 시장에 영향을 주는 첫 세대가 됐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로큰롤은 경제와 기술의 발전, 그리고 풍요로운 사회에서 즐거움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음악인 셈이다. 로큰롤의 태동에 ‘저항’ 정신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그것은 기성세대가 듣는 음악에 대한 것이 아니었을까?

● 최초의 로큰롤 곡을 둘러싼 논란

대다수의 대중음악 역사가들은 1951년 아이크 터너가 작곡한 “Rocket 88”을 첫번째 로큰롤 레코딩으로 꼽는다. 이 곡이 첫번째 로큰롤 음악으로 꼽히는 이유는 강력한 백비트(4분의4박자의 둘째 박과 넷째 박)와 정제되지 않고 일그러진 일렉트릭 기타 사운드 때문이다. 반면 일부 음악평론가들은 이 곡이 록 리듬이 아닌 셔플 리듬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최초의 로큰롤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곡을 쓴 아이크 터너도 2011년 인터뷰에서 “나는 Rocket 88이 로큰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곡은 리듬앤블루스(R&B) 곡이다. 다만 로큰롤의 기원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논란이 많다보니 ‘롤링스톤 로큰롤 신 백과사전’과 ‘로큰롤 명예의 전당’은 “Rocket 88”에 대해 ”첫번째 로큰롤 레코딩으로 여겨진다“고 다소 모호한 표현을 쓰고 있다.

대중음악 역사가인 로버트 파머는 고어리 카터의 1949년 곡 “Rock Awile”을 최초의 로큰롤로 꼽는다. “Rocket 88”에 비해 일렉트릭 기타 소리가 부각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밖에 로이 브라운의 “Good Rockin‘ Tonight”(1947), 시스터 로제타 사프의 “Strange Things Happening Every Day”(1944)를 최초로 꼽는 경우도 있다.

다만 로큰롤을 처음 대중화시킨 뮤지션은 빌 헤일리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의 히트곡 “Rock Around The Clock”은 1954년에 발표됐지만, 1955년 글렌 포드 주연의 영화 ‘폭력교실(Blackboard Jungle)’의 주제곡으로 쓰이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미국의 음악잡지 빌보드는 음악연표를 그릴 때 ‘1890년~1954년’과 ‘1955년~현재’로 나눈다. 이 곡이 대중음악의 판도를 바꿔놓았다고 본 것이다.

● 꼭 들어봐야 할 1950년대 로큰롤

1. Johnny B. Goode - Chuck Berry

2. Jailhouse Rock - Elvis Presley

3. What‘d I Say - Ray Charles

4. Rock Around The Clock - Bill Haley & His Comets

5. Tutti-Frutti - Little Richard

6. Whole Lot of Shakin’ Going On - Jerry Lee Lewis

7. Summertime Blues - Eddie Cochran

8. Hound Dog - Elvis Presley

9. Long Tall Sally - Little Richard

10. That‘ll Be The Day - Buddy Holly & the Crickets

11. Bye Bye Love - Everly Brothers

12. Great Balls Of Fire - Jerry Lee Lewis

13. Maybellene - Chuck Berry

14. Bo Diddley - Bo Diddley

15. Shake, Rattle And Roll - Joe Turner

16. Blue Suede Shoes - Carl Perkins

17. Don’t Be Cruel - Elvis Presley

18. Earth Angel - Penguins

19. Why Do Fools Fall In Love - Frankie Lymon & the Teenagers

20. Good Golly Miss Molly - Little Rich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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