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이르면 10일 탄핵 결정
요즘 세종시 관가 관심은 온통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에 쏠려 있다. 헌재 선고는 이르면 오는 10일로 점쳐진다.
결론은 탄핵 인용 또는 기각·각하 둘 중 하나다. 어느 쪽이든 경제에 미칠 영향은 안갯속이다. 탄핵 인용 시 정국은 대선 국면으로 전환한다. 기각 및 각하 때는 정치·사회적 갈등이 커질 수 있다.
경제부처의 한 차관보급 관료는 “당장 다음주에 우리가 어떤 환경에 놓일지 전혀 짐작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제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는 기업·가계 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헌재 선고 직후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대(對)국민 메시지를 내놓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내 정치 상황은 이미 증시 등 시장에 반영된 상황”이라며 “이번 결정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오히려 더 해소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②15일 美금리 인상 가시화
그러나 ‘외풍(外風)’도 만만치 않다는 게 문제다.
가장 큰 우려는 미국 금리 인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다음주인 오는 14·15일(이하 현지 시각)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통화 정책 방향을 정한다. 시장에서는 이달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앞서 지난 3일 시카고 경영자클럽 연설에서 “고용과 물가가 계속해서 우리 예상에 근접한다면 이달 말 FOMC에서 추가로 기준금리를 조정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 미국 기준금리는 0.75~1.00%로 올라간다. 한국(1.25%)과의 금리 차가 바짝 좁혀지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미국 금리가 오르면 일차적으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고, 가계·기업부채 등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정부는 이달 10일 공개하는 미국 2월 고용지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임금 인상률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칠 경우 기준금리 인상도 보류될 수 있어서다.
비상 상황에 대비한 기구는 이미 가동 중이다. 기재부와 금융위원회·한국은행·금융감독원·국제금융센터 등은 지난해 9월 9일 북한 핵 실험 직후부터 정기 회의를 열고 금융시장 동향을 살피고 있다. 지난 6일 회의에서는 황건일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국장이 “이번 주와 다음 주 시장 동향을 더 민감하게 챙겨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③15일 한·미 FTA 발효 5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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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분야의 잠재 이슈도 있다.
오는 15일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한 지 5주년이 되는 때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이 시기를 전후해 FTA 재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해 왔다.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내놓은 무역정책 보고서도 이런 근심에 불을 지폈다. 보고서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적자가 두 배 이상 늘었다”면서 “이는 미국인이 (한·미 FTA) 협정에서 바라던 결과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미국이 FTA 재협상에 나설 기미가 전혀 없다”며 “5주년을 기념해 별도 행사를 개최하는 등 준비 중인 것도 없는 상황”이라고 이런 가능성을 일축했다.
④15일 미국 부채 유예 만료·네덜란드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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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작으나 상징적인 사건도 있다.
예를 들어 지난 2015년 11월 2일 개시한 미국 정부의 부채 한도(18조 1000억 달러) 적용 유예기간이 이달 15일 만료된다. 미국은 의회가 법으로 빚낼 수 있는 한도를 정하면 정부가 거기 맞춰 국채를 발행하는 등 재원을 조달해 정책을 집행한다. 만약 이번에 정부와 의회가 빚 한도를 높이는 데 합의하지 못하면 그간 미국 증시를 들썩이게 한 트럼프 대통령의 재정 지출 확대 공약도 일단 발목 잡힐 수밖에 없다. 부채 한도 증액 없이 향후 정부 재정이 바닥나면 미 국채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마저 불거질 수 있다.
그러나 극단적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시장 평가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당장은 특별 조치를 통해 부채 한도 적용 기간을 3~6개월 더 연장하고, 나중에 재정이 바닥나면 본격적인 한도 증액 협상에 착수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때문에 시장에서도 크게 관심을 두지는 않는 편”이라고 진단했다.
15일로 치르는 네덜란드 총선도 금융시장의 관심사다. 이 나라 극우 정당인 자유당(PVV)이 지지도 2위를 기록하며 집권당인 자유민주당(VVD)을 바짝 추격하고 있어서다. PVV는 ‘넥시트(네덜란드의 유럽연합 탈퇴)’를 주장한다. 비록 가능성은 작지만, PVV의 선거 승리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유럽의 정치·경제 불확실성을 다시금 키울 확률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⑤유일호, 17·18일 미·중 경제사령탑 면담
정부는 갈수록 커지는 국내·외 불확실성을 줄일 돌파구를 찾고 있다. 대(對)한국 압박 수위를 높이는 미·중 경제 사령탑과의 양자 면담을 추진하는 것도 그런 노력의 하나다.
유일호 부총리는 이달 17·18일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스티븐 므누친 미국 재무장관, 샤오제 중국 재정부장과 경제 현안을 논할 계획이다. 우리 측 요청에 따른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양자 면담은 별도의 공식 자리를 마련할지, 아니면 회의장에서 중간 휴식시간에 만나는 형식(사이드 미팅)으로 추진할지 정하지는 않은 상태”라며 “현재 실무진 차원에서 면담 일정, 의제 등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미국의 ‘환율 조작국’ 지정,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 민감한 사안의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