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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리테일 IPO]<上>이랜드가 신용등급에 목메는 까닭

박수익 기자I 2017.02.23 06:50:00

신용등급 하락으로 자본시장 통한 조달루트 막혀
등급 `BBB-`하락시 조기상환옵션 차입금 이중고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이랜드리테일 기업공개(IPO)는 이랜드그룹 전반의 신용등급의 ‘열쇠’를 쥐고 있다. 신용등급이 떨어진다고 회사가 문 닫는 것은 아니지만 투자부적격등급(BB+ 이하) 길목에 놓인 이랜드에 신용등급은 남다르다.

이랜드는 전형적으로 신규투자나 인수합병(M&A) 등 사업 확장에 필요한 자금 상당부분을 빌려서 조달해온 곳이다. 2010년 2조5000억원 수준이던 순차입금은 2015년 말 4조5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 기간 확장한 사업이 성과를 나타내며 수입(영업현금창출력)은 늘었지만 그만큼 빚 증가세도 빨라지면서 재무부담이 같이 늘었다. 그래도 이때까진 우려의 목소리가 지금보다는 크지 않았다. 빚으로 늘려놓은 사업들이 삐거덕대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2015년 이후 이랜드그룹의 주력무대인 국내와 중국 패션시장 침체로 매출과 수익성 모두 떨어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고개 들었다.

자료:한국기업평가


이랜드는 이렇게 늘어난 빚 부담에 대응하기 위해 부동산 일부(홍대입구·합정·마곡부지)를 매각하고 중국 현지에 설립한 티니위니 브랜드(매장 및 상표권)도 팔았다. 특히 티니위니 매각대금(총 8770억원)으로 과거보다 빚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 한국기업평가는 티니위니 매각으로 이랜드월드의 총차입금(2016년 9월 연결기준)이 5조6100억원에서 5조300억원으로 약 58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티니위니 매각의 `그림자`도 있다. 빚을 일부 줄일 순 있겠지만 티니위니가 벌어들였던 매출·이익도 이제는 `남의 것`이 됐다. 그나마 돈 잘 벌어다주던 브랜드를 매각한 반대급부다.

이랜드그룹은 최근 재무부담 확대에 따른 신용등급 하락과 우량채 선호현상이 짙은 회사채시장 분위기 속에 자본시장에서의 조달방법은 사실상 막혀있다. 이랜드월드 연결기준으로 1년 이내 만기 도래하는 유동성차입금은 2014년 말과 2015년 말 60%선이었으나 작년 9월말 67%까지 증가했다. 만기만 짧아진 것이 아니다. 돈을 빌리는 상대방도 달라지고 있다. 자본시장 조달(회사채·기업어음)이 줄어든 자리에 캐피탈·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차입이 자리 잡았다. 한기평에 따르면 이랜드월드(별도기준) 차입금에서 회사채·기업어음 비율은 2015년 말 37%에서 작년 말 21%로 줄어든 반면 제2금융권 차입 비중은 같은 기간 3%에서 12%로 늘었다. 이전보다 더 비싼 이자를 지불하고 있다.

이랜드그룹 주력 3사의 `BBB-` 레이팅트리거 차입금 만기현황(자료: 한국기업평가)


이랜드월드·리테일 등 주력계열사들은 자본시장에서의 신규 자금조달이 막히면서 작년 만기도래 2875억원의 차입금을 전액 상환한데 이어 올해도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3150억원 상환 부담에 직면해 있다. 뿐만 아니라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조기 상환 조건(레이팅트리거)이 붙은 차입금도 있다. 레이팅트리거는 통상 발행기업이 아닌 투자자의 요구에 의해 설정하는 것이다. 기업 상황이 정상적일때는 서류상의 조항에 불과하지만, 신용등급 하락이 현실화되면 일시에 조기상환청구권이 행사돼 유동성 압박을 받을 수 있고 유동성 압박은 또다시 신용등급 하락압력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랜드는 신용등급 ‘BBB+’였던 시절에 조달한 차입금에 레이팅트리거가 달려있는데 등급 하락이 지속되면서 발행 당시보다 두 단계 아래인 상환조건(BBB-)을 터치한 것이다. 최근 한국신용평가가 이랜드월드 신용등급을 ‘BBB-’로 내리면서 이 회사의 차입금 2131억원에 레이팅트리거가 발동됐다. 레이팅트리거가 발동되면 만기가 빨라지면서 당장 갚아야 금액이 늘어난다. 그래서 신용등급 하나가 기업을 죽고살리는 문제는 아니지만 이랜드에겐 신용등급이 더욱 중요하다. 이랜드 신용등급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이랜드리테일 기업공개(IP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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