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북한을 “아주 강력히 다룰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이처럼 직설적인 표현으로 흥분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이틀 전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만찬을 즐기던 도중 북한의 ‘북극성 2형’ 발사에 관한 급보가 전해지자 예정에 없던 심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을 강력 규탄했다. 북한의 신형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발사에 대해 우리보다 미국이 더 긴장한 분위기다.
트럼프가 지난달 취임 이후 ‘반(反)이민 행정명령’과 멕시코와의 장벽 건설 등을 밀어붙였던 만큼 북한에도 초강수를 둘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주목되는 것은 기존 ‘세컨더리 보이콧’과 더불어 북한 핵시설을 먼저 공격하는 ‘선제 타격론’이 점점 힘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미 의회 역시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을 뜻하는 ‘코리아 시나리오’를 공공연히 거론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거드는 분위기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방미 중인 쥐스탱 캐나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해 “북한은 매우 매우 큰 문제”라면서 “북한을 매우 강력히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AFPBB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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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용도 폐기했다면 우리의 대응도 달라져야 하지만 실상은 영 딴판이다. 미국은 일찌감치 작년 가을 주한 미국 민간인 소개훈련까지 마쳤으나 우리는 천하태평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판결이 빨라야 한 달이고 더 늦춰질 경우도 배제할 수 없으나 온 나라가 조기대선 구도에 함몰돼 북한 미사일에는 안중에 없는 듯하다. 대선주자랍시고 어중이떠중이 다 나서서 표심몰이에 열을 올리지만 평양의 도발에는 거의 오불관언이다.
지금 상황이 1994년 1차 북핵 위기 때와 전혀 다르다는 게 문제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북한 영변을 폭격하려던 미국을 가까스로 막아냈으나 지금은 핵전쟁 예방 차원에서 북한 지도부나 핵기지에 대한 미국의 선제공격을 말리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유력하게 제기되는 국면이다.
그렇다고 순식간에 대재앙을 초래할지 모르는 한반도 전쟁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만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무엇보다 고질병인 안보불감증 해소가 급선무다. 아울러 탄핵정국의 대통령권한대행 체제로 한계가 있겠지만 때를 놓치기 전에 미 행정부 및 의회와 다각적인 대화 창구를 확보해야 한다. 미국이 어떤 방식을 선택하든 우리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최대한 지킬 수 있는 방안을 관철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