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화곡동에서 20년 넘게 열쇠집을 운영해 온 강희문(사진) 국제열쇠 사장의 말이다. 1997년부터 열쇠일을 해 온 그의 철칙은 ‘제품 숙지가 되지 않은 제품은 팔지 않는다’다. 인터뷰를 위해 그를 찾은 날에도 이미 4건의 출장 예약이 잡혀 있었다. 강 대표는 “은행 자물쇠 교체 예약부터 현관문 보조 장치 설치 작업 등 일이 많다”며 “내일은 강남으로 이사 간 손님이 디지털 도어락 수리를 해달라고 연락이 와 방문할 예정”이라며 웃어 보였다.
지하철 까치산역에서 국제열쇠까지 20여분 걸어오는 동안 열쇠 복사, 자물쇠 수리 등을 내건 간판은 숱하게 걸려있었다. 강 대표는 “디지털 도어락이 처음 등장했던 2000년대 초반에는 모두가 힘들었지만 나쁜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손님들에게 신뢰를 주니 다시 매출이 올라왔다”며 “열심히 한 덕에 이제는 열쇠만으로도 먹고 살 정도가 됐지만 다른 열쇠 전문점들은 열쇠수리 수요가 많이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그가 처음 열쇠 기술을 익힌 것은 IMF(국제통화기금) 사태가 터지던 1997년 무렵. 이전까지 퇴계로 인근에서 인쇄업을 하던 그는 직원들의 횡령으로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새로운 기술을 배웠다. 그는 “수원에서 자물쇠와 열쇠 도매상을 하던 업체에서 열쇠기술을 처음 전수받아 열쇠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최근에는 도어락 제조사와 함께 기술제휴도 했다. 그는 “디지털 도어락 제조업체인 혜강 시큐리티가 신제품을 만들 때 의견을 물어온다”고 전했다.
그는 주변의 다른 매장이 하나 둘 문을 닫는 가운데서도 꾸준히 열쇠일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을 “양심적으로 영업을 하는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2000년대부터 여러 도어락 제품이 쏟아져 나왔지만 부품 공급이 되지 않는 믿을 수 없는 제품을 취급하지 않았다”며 “단순한 잔고장들이라면 전화가 걸려와도 굳이 수리비를 요구하지 않는다. 결국 급한 문제가 생기면 손님들이 다시 연락을 해오는 일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전화가 걸려오면 언제라도 문을 따러 나갈 수 있도록 24시간 전화기를 켜 놓는 것도 기본이다.
그는 소상공인들의 경쟁력은 결국 ‘신뢰’라고 강조했다. 그는 “열쇠공 뿐 아니라 많은 소상공인들이 불친절함과 바가지로 신뢰를 잃고 있다”며 “어떤 서비스라도 믿을 수 있고 좋은 제품만을 쓴다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