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필자가 몸담고 있는 CJ오쇼핑의 글로벌 상품소싱 전문 자회사 ‘CJ IMC’는 지난 해 연말에 방송된 동방CJ 홈쇼핑의 ‘K-뷰티스타’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중소기업 상품 매출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소중한 경험을 얻었다. 한국 이미용품에 대한 한국 소비자의 사용후기, 명동과 가로수길 등 서울 핫 플레이스 취재, 한국 화장법을 시연하는 스튜디오 연출 등 한국 이미용 상품과 한류를 철저히 연결시키는 기획프로그램을 통해 1개월 치 매출의 절반을 단 두 번의 프로그램을 통해서 올릴 수 있었다. 철저한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CJ IMC의 강점인 고객 인사이트, 콘텐츠 기획력, 그리고 한국의 우수한 중소기업 상품이 최신 트렌드와 융합되어 매출로 이어진 것이다.
‘유커(游客)’로 불리는 중국 해외 여행객이 1억 명을 돌파하고 명동의 화장품 전문점 매출을 다섯 배로 확대시키는 등 한국을 방문하는 유커들의 씀씀이는 가히 폭발적이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한국산’이라는 포장만으로 중국 소비자들을 공략할 수는 없다. 이제 이들은 정해진 관광루트를 벗어나 점차 홍대 입구, 가로수길 등 한국의 상권지도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소비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또한 여전히 쇼핑 비중이 높기는 하나, 화장품, 의류 소비는 점차 둔화되고 식음료 지출과 의료 서비스에 대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유커들의 소비가 쇼핑에서 문화적 욕구 쪽으로 서서히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유커들의 문화소비 증가는 동전의 양면처럼 두 가지 시사점을 제공한다. 긍정적인 부분은 당장에는 쇼핑 이외에 관광 콘텐츠 수요로 이어지며 추가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보다 훨씬 풍부한 관광 콘텐츠를 보유한 유럽으로 유커들의 발길이 늘어나며 한국 시장에 위기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해답은 최근 나타나고 있는 중국 여행객들의 명품 소비 감소와 한국 화장품의 판매 증가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북경을 중심으로 한 화동지역 소비자들은 수많은 해외 브랜드를 직접 접하고 있는 지역인데다가 직구 방식 구매, 해외여행 경험 등 풍부한 구매경험으로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소비가 가능한 집단으로 볼 수 있다. 화동 지역은 특히 한류 열풍이 상품 소비로 연결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는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여행객들만을 대상으로 한 판매가 아닌, 중국인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상품판매로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 패션상품과 이미용품은 문화 콘텐츠와 연결해 판매될 수 있는 대표적인 카테고리이므로 이에 대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현지에서 그들의 생각을 더 읽고 트렌드를 제시하며 이에 맞는 상품을 제공해야 한다.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는 우리의 우수한 상품과 파워 콘텐츠를 결합하여 소비자의 욕구를 끌어내는 것이다. 즉 K팝과 드라마를 활용한 모델 기용이나 광고, 또는 한국영화 “수상한 그녀” 중국 리메이크 버전의 한국 상품 PPL등과 같은 상품과 한국 파워 콘텐츠를 결합하는 것이다. 작게는 명동이나 가로수길 스케치를 통한 상품 소개, 한국 셀렙이 출연하는 홈쇼핑 방송, 한국에서 유행하는 헤어 스타일링을 소개하는 헤어 기기 판매도 한류의 활용이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휴롬 원액기 역시 한국의 맷돌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쥬서기도 한국 파워 콘텐츠로 볼 수 있다.
중국 내수시장에서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젊은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성향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이들은 유행과 트렌드에 민감하므로 다양한 인터넷 관련 매체를 통한 분석으로 젊은 중국 소비자의 생각을 읽어내야 한다. 그들의 생각과 경험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많은 사이트들을 분석해 충분히 한국에서도 중국 소비자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지역 별로 소비 취향과 소득수준, 규제 정도가 다른 것은 물론이고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차이가 있으므로 진출 지역도 세심하게 선정해야 한다.
한류의 매력은 한국의 문화와 한국적 정서를 다양하게 표출하는 데에 있다. 한국 상품과 ‘파워 콘텐츠’ 한류의 결합은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고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가능한 영역이다. 한중FTA가 체결되어 그 동안 중국 진출의 걸림돌이었던 이미용품 위생허가 요건이 대폭 간소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철저한 현지 시장 정보와 한국형 파워 콘텐츠로 무장한 우리 브랜드로 현지상품과 경쟁한다면 중국 시장의 공략은 그리 어렵지만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