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등떠밀려 변동환율제 도입…루블화 또 사상최저

이정훈 기자I 2014.11.06 08:10:24

러 중앙銀, 무제한 시장개입 포기..사실상 변동환율제
내년 완전 변동환율제로 전환..외환보유고 유지 `기여`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러시아가 무제한적인 외환시장 개입을 포기하고 사실상 변동환율제(free-float)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같은 소식에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또다시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5일(현지시간) 자국 통화인 루블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하루 3억5000만달러(약 3800억원) 이상을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무제한적인 외환시장 개입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인 셈이었다.

러시아 외환당국은 그동안 달러화와 유로화로 구성된 바스켓 통화 환율의 변동폭을 미리 설정해 두고서 시장 환율이 이 변동폭을 넘어설 경우 외화를 풀어 환율을 조정하는 무제한적 개입 정책을 써왔다. 한 번 개입 때마다 3억5000달러씩을 투입한 탓에 지난 한 달 동안에만 약 300억달러를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서방세계와의 경제 제재전과 외국인 투자 감소, 경기 침체 등으로 무제한적인 시장 방어가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자 사실상의 변동환율제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에도 러시아 중앙은행은 “우리의 환율 정책은 준(準)-변동환율제(quasi free-float)”라고 평가하면서 내년중 완전한 변동환율제로의 이행을 약속해왔다.

이날 크세니야 유다예바 러시아 중앙은행 제1부총재는 “루블이 변동환율제로 이행하는 과정의 경계구역에 들어섰다”며 사실상의 변동환율제 채택을 공언하면서도 추가적인 루블화 하락을 막기 위해 또다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 같은 의지를 뒷받침하듯 6일 공식 환율을 대폭 인상, 발표했다.

달러대비 루블화 환율은 전날보다 2.44 루블이 오른 44.39 루블로, 유로대비 루블화 환율은 2.9 루블이나 오른 55.62 루블로 공시했다. 또 시장에서도 루블화는 한때 3.1%나 추락했고, 현재는 2.6% 하락한 44.7655루블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사상 최저 수준이다.

닐 쉐어링 캐피탈 이코노믹스 어미징마켓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루블화를 완전 변동환율제로 바꾸는 중대한 조치가 이뤄졌다”고 평가하며 “루블화가 당분간 빠르게 추락하겠지만 이는 당초 예상보다 더 빠르게 바닥권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것이며 러시아는 크게 줄어든 외환보유고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러시아의 외환보유고는 지난달 24일 현재 4390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올들어서만 보유고는 730억달러나 줄어 최근 4년만에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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