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문정현 기자] 서울에 사는 시나리오 작가 정 모씨(여, 35세)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자주 옷을 산다. 유행이 빨리 바뀌기 때문에 오랫동안 입을 아이템을 제외하면 백화점이나 로드숍에서 사는 것보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게 돈도 아끼고 스타일도 살리는데 좋기 때문. 그런데 얼마 전 자주 가는 쇼핑몰에서 옷을 샀다가 불쾌한 일을 당했다. 막상 상품을 받아보니 화면에서 보는 것과 달라 반품을 요청했는데, 업체 측은 흰 색상의 상품이어서 바꿔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옷을 입어보거나 망가뜨린 것도 아닌데 업체 측은 “규정상 어쩔 수 없다”는 말 뿐이었다.
컴퓨터만 있다면 간편하게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인터넷 쇼핑. 몇 번의 클릭으로 내 집 앞까지 원하는 물건이 척척 배달되지만, 눈으로 직접 보고 사는 게 아니므로 낭패를 보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그때마다 업체들이 내거는 까다로운 규정과 절차는 환불 의욕을 꺾는 복병이다.
하지만 법적으로 소비자에게 유리한 환불 규정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아는 쇼핑족은 많지 않다. 잘 알지 못해 ‘눈 뜨고 당하는’ 불쾌한 쇼핑을 피하고 싶다면 다음 내용을 꼭 체크해두자.
◇ ‘단순 변심’도 환불 가능하다
현재 전자상거래법상 인터넷 쇼핑으로 산 물건을 환불·반품할 수 없는 경우는 소비자의 책임으로 상품이 손상되거나, 사업자가 다시 판매할 수 없을 정도로 상품을 썼을 때 한해서다. 즉, 이 경우만 제외하면 소비자는 주문하거나 배송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언제든지 청약철회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온라인 쇼핑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흰 색상의 상품, 액세서리 환불·반품 불가’, ‘늘어나는 상품, 세일 상품 환불 불가’ ‘환불은 불가능하고 마일리지 적립만 가능’ ‘주문 취소는 24시간 (혹은 3일) 내에만 가능’이라는 문구는 모두 불법이다. 단순히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내용물을 확인하기 위해 포장을 뜯은 경우에도 환불이 가능하다.
다만, 제품 가격이 매우 싸다면 택배비가 더 들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물품이나 서비스가 광고와 상당히 다른 경우에는 30일 이내에 청약철회가 가능하다. 반면 신선식품이나 주문 고객만 이용할 수 있게 맞춤으로 제작한 상품, 복제를 쉽게 할 수 있는 상품은 반품이 어려울 수 있다.
쇼핑몰이 아닌 파워블로그나 카페에서 제품을 구매했을 때는 어떨까. 업체로부터 협찬을 받았다면 해당 블로그나 카페에 환불을 요청할 수 있고, 단순한 공동구매만 주선한 경우라면 제조업체에 환불을 요청해야 한다.
최근 스마트폰 보급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앱(애플리케이션)도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환불을 받을 수 있다. 구매한 앱이 처음부터 작동하지 않았다면 통신사나 앱 판매자에게 30일 이내에 청약철회를 요구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결제 후 사용하지 않은 모바일 사이버 캐시도 7일 내 환불받을 수 있다.
여름 휴가철에 잘 이용하는 펜션처럼 성수기와 비수기가 있는 상품들은 될 수 있는 한 빨리 취소해야 한다. 펜션은 성수기에는 10일 전, 비수기에는 2일 전에 예약을 취소해야 돈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다. 예약일로부터 7일 내에 취소했다 하더라도 펜션 사용일 10일 이내라면 ‘숙박업 보상 기준’에 따라 일정액의 위약금이나 취소수수료를 내야 한다. 여행이나 공연 상품도 마찬가지다. 공연은 10일 전, 해외 여행은 20일 전에 취소한다고 판매자에 통보해야 돈을 제대로 돌려받을 수 있다.
◇ 손해를 봤다면?
원하는 물건을 발견했는데, 생소한 쇼핑몰이라 왠지 미심쩍다면 다음 두 가지를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우선 상호, 주소, 전화번호, 사업자등록번호, 이용약관, 통신판매업 신고번호 및 신고기관 등 신원정보가 정확하게 기재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 업체가 에스크로 제도에 가입했는지도 중요하다. 에스크로 제도란 구매자가 소비자에게 돈을 직접 주는 것이 아니라 은행 등 제삼자에 전달해 물품 배송을 확인하고 나서 지급하도록 하는 구매 안전장치를 말한다.
만약 인터넷 쇼핑몰에서 부당하게 손해를 봤다면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나 한국소비자원(www.kca.go.kr, 02-3460-3000)에 신고할 수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www.consumer.or.kr, 02-774-4050), 한국소비자연맹(www.consumersunion.or.kr, 02-795-1042) 등 소비자단체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문정현 기자 mjh1010@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