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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유럽 車부품 공급망 조용히 장악…EU "최대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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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6.08.12 03:5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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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佛 130개사 인수…규제망 밖 소액거래
로컬콘텐츠 규정이 되레 중국 투자 촉진
獨 부품사 10만명 감원…中 인수는 계속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중국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유럽 완성차 공급망에 대한 지배력을 조용히 넓혀가고 있다. 완제품 수출에 대한 유럽의 견제가 거세지자, 현지 부품사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우회 침투하는 모양새다.

폭스바겐의 ID. 아우라 T6가 지난 4월 2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베이징 국제모터쇼(오토 차이나)에 전시돼 있다. (사진=로이터)
폭스바겐의 ID. 아우라 T6가 지난 4월 2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베이징 국제모터쇼(오토 차이나)에 전시돼 있다. (사진=로이터)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현지시간) 컨설팅업체 로디움 자료를 인용해 중국 기업들이 2000년대 중반 이후 유럽 자동차 부품사 130여곳을 인수했다고 보도했다. 주로 독일·프랑스 등 핵심 생산거점에 집중됐다. 인수 규모는 2010년대 중반 지리자동차의 볼보자동차 인수(18억달러, 약 2조5461억원)로 정점을 찍은 뒤, 중국의 해외투자 규제와 유럽 무역장벽 강화로 최근 10년간은 대부분 1억유로(약 1632억원) 미만 소액 거래에 머물렀다. 이는 유럽연합(EU) 규제당국의 개입 기준에 못 미치는 규모여서 감시망을 피해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배력은 알려진 것보다 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기업정보업체 사야리의 팔리 메스코 최고경영자(CEO)는 FT에 독일 내 중국계 소유 자산 중 “약 5분의 4는 역외 중개법인을 거치거나 현지 이름을 단 독일 등록 지주회사를 통해 보유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야리는 독일 내 중국계 기업 62곳을 분석해 주요 생산거점마다 이런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중국계 23개 그룹이 고급 엔진용 개스킷, 자율주행 시스템, 무선통신 안테나 등 첨단 부품사까지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EU 관료들과 완성차업계는 이 흐름을 경계하고 있다. 한 EU 관료는 FT에 자동차 부문에 대한 중국의 위협을 “유럽의 이번 10년간 최대 과제”라고 표현했다. 중국은 수출 확대와 현지기업 지분투자, 합작법인 설립, 역내외(EU·세르비아·튀르키예·모로코 등) 직접 공장 설립이라는 네 갈래 전략으로 유럽 시장에 파고들고 있다는 게 이 관료의 설명이다. 파리 컨설팅업체 두웰두굿의 세바스티앙 프렌도 CEO는 “가까운 미래에 유럽 상위 10대 부품사 중 2~3곳이 중국계가 돼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역설적으로 EU가 추진 중인 역내 생산부품·인력 의무 사용 규정(로컬콘텐츠 규정)이 중국 기업의 유럽 투자 유인을 오히려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일본계 대형 부품사 고위 임원은 “중국 부품사 입장에서 유럽 기업 인수는 처음부터 짓지 않고도 ‘메이드 인 EU’ 지위와 생산기지를 빠르게 확보하는 효과적 방법”이라고 말했다. 앞서 2024년 EU는 국가보조금 영향을 조사한 뒤 BYD 등 중국산 전기차에 기존 10% 관세에 더해 추가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중국 기업의 유럽 자동차 인수합병(M&A) 추이 (거래금액 단위: 십억달러, 거래건수 단위: 건, 자료: 로디엄그룹·FT)
중국 기업의 유럽 자동차 인수합병(M&A) 추이 (거래금액 단위: 십억달러, 거래건수 단위: 건, 자료: 로디엄그룹·FT)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장도 작지 않다. 유럽 자동차부품산업은 약 170만명을 직접 고용하고 있는데, 보쉬·발레오·포르비아 등 주요 부품사는 최근 2년간 10만명 넘게 감원했다고 유럽 부품업계단체 클레파는 집계했다. 포르쉐컨설팅의 벤저민 불란더 파트너는 완성차업체들이 핵심 부품의 단일 공급사가 중국계로 넘어갈 경우의 공급망 리스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정부와 주주들이 타이어업체 피렐리에서 중국 시노켐의 지분 관계를 정리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데, 시노켐의 지분 보유가 피렐리의 미국 시장 접근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다만 모든 사례가 갈등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중국 전자업체 럭샤어가 작년 독일 레오니를 5억2500만유로에 인수할 당시, 경영난을 겪던 레오니의 유럽 고객사들은 오히려 거래를 적극 지지했다. 레오니 클라우스 린너베르거 CEO는 FT에 완성차업체들이 중국의 빠른 개발 속도에서 배우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보쉬모빌리티 이사회 멤버 크리스토프 하르퉁은 “우리는 이미 오랫동안 중국 생태계에 깊이 통합돼 반은 중국기업이나 다름없다”며 인수가 아닌 협력을 통한 공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흐름은 배터리·부품 공급망에서 중국과 직접 경쟁하는 한국 업계에도 시사점을 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국 부품사가 CATL 등 소수에 그친다는 FT 지적은, 배터리 분야에서 LG에너지솔루션(373220)·삼성SDI(006400)·SK온 등 한국 업체들이 여전히 경쟁 우위를 지닌 영역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유럽 완성차업체들의 로컬콘텐츠 대응 전략이 중국 부품사의 현지화를 오히려 촉진하고 있다는 점은 한국 부품·배터리업계도 유럽 생산거점 전략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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