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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안계정은 선제적 자금 투입이라는 점에서 현재의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할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는 금융사 부실이 발생한 이후에나 예보기금이나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사후대응수단밖에 없다. 즉, 금안계정은 사전적 예방수단에 해당된다.
금안계정은 지난 2022년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레고랜드 사태)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이어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새마을금고 위기설에 따른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우려 등으로 금안계정 필요성이 부각됐다.
이에 21대 국회에서 금안계정 도입을 논의했다. 당시 금융안정계정 자금지원 발동주체를 두고 쟁점이 있어서였다. 금융당국이 지난 국회에서 발의한 개정안은 금융안정계정을 통한 금융사 자금지원을 예보가 내부적으로 의결해 정하도록 했다. 정무위 논의에서 예보가 금융지원 결정을 일방적으로 판단하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부 위원은 미국 등 해외 사례를 들며 금융지원 결정시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펼쳤다. 결국 야당 일각의 신중론에 막혀 금안계정 도입을 골자로 한 예보법 개정안은 자동 폐기됐다.
금안계정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미국은 2008년 위기 당시 재무부를 통한 자본확충 프로그램과 연방예금보험공사를 통한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시행했다. 일본의 경우 2014년에 일본예금보험공사가 ‘위기대응계정’을 확대 개편해 정상 금융회사에 대한 사전 지원기능을 추가했다. 유럽연합도 2014년 ‘예방적 공적 지원 제도’를 도입했다.
유재훈 예보 사장은 지난해 11월 취임사를 통해 “선제적 위기대응기구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금융안정계정 도입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창립 28주년 기념사를 통해서는 “사전 부실 예방기능인 금융안정계정 도입 등 입법 과제의 차질 없는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통과된 예보법 개정안에 따르면 금안계정은 예금보험기금에 설치하고, 각 계정 및 특별계정과 구분해 회계 처리토록 했다. 자금 지원 주체는 예금보험공사가 아닌 금융위원회로 정하고 금융위원회가 금융제도의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기획재정부장관, 한국은행 총재, 금융감독원장 등과 협의를 거쳐 예금보험공사에 금융회사에 대한 자금 지원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재원은 예금보험기금채권의 발행으로 조성한 자금, 예금보험기금 각 계정으로부터의 차입금, 금융회사로부터의 차입금 등으로 마련한다. 정부 출연, 정부보증 채권 발행 등은 재원 조달 방식에서 제외해 재정 부담 없이 운영한다. 금융당국과 예보는 금융안정계정이 도입되면 자금 지원 여력이 12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