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엔 환율, 석 달만에 150엔 돌파…美 CPI 예상치 상회 '후폭풍'(종합)

양지윤 기자I 2024.02.14 08:14:12

엔화, 작년 11월 이후 달러당 150엔 진입
일-미 금리차 지속 전망에 달러 매수 이어져
"日 환율 개입 경계감에 차익실현 나올 수 있어"
금리인하 가능성 후퇴..5월금리 인하도 쉽지 않아

[이데일리 양지윤 김상윤 기자] 달러·엔 환율이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여 만에 달러당 150엔을 돌파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보다 높게 나오면서 달러화는 강세를 보였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하 시점이 점차 뒤로 밀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연준 5월 금리인하 가능성도 35%까지 뚝 떨어졌다.

일본은행(BOJ) 직원들이 일본 도쿄의 BOJ 본점 건물 사이를 걷고 있다.(사진=로이터)
13일(현지시간) 오후 5시42분 기준 뉴욕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 대비 0.65% 오른 104.84를 기록 중이다. 3개월래 최고치다.

특히 달러·엔 환율은 150엔을 넘어섰다. 전 거래일 대비 0.14% 오른 150.77을 기록 중이다.

미국 물가 상승세가 지속하면서 연준의 조기 금리인하 기대가 후퇴한 영향이다. 여기에 마이너스 금리가 해제된 이후에도 일본은행이 저금리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것도 엔화 약세의 배경이다. 일본과 미국의 금리차가 계속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에 엔화 매도와 달러 매수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150엔을 넘어선 엔저 수준에서는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환율 개입에 나설 것이라는 경계감도 있어 차익실현 목적의 엔 매수세도 유입되기 쉽다고 짚었다.

간밤 발표된 미국 CPI보고서는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1월 CPI 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3.1%를 기록했다. 전월 상승률(3.4%) 보다 낮아지긴 했지만, 월가가 집계한 예상치(2.9%)를 웃돌았다. 디스인플레이션 상황을 상징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3%의 벽’을 뚫지 못한 것이다. 전월 대비로는 0.3% 올랐다. 이 역시 시장 예상치(0.2%)를 웃돌았다.

기조적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년 동월 대비 3.9%, 전월 대비 0.4% 각각 올랐다. 전월과 유사한 수치로, 시장예상치(3.7%, 0.3%)를 웃돌았다.

물가가 오른 것은 표면적으론 끈적한(sticky) 주거비 탓이다. CPI가중치의 약 3분의1을 차지하는 주거비는 전월보다 0.6% 올랐고, 전월대비로는 6%나 급등했다. 미 노동부는 주거비가 CPI 상승분의 3분의 2 이상을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외 식품가격(0.4%), 의료서비스(0.7%), 자동차보험(1.4%) 상승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주거비와 에너지, 식료품을 제외한 서비스물가인 ‘슈퍼코어 인플레이션’도 ‘쇼크’였다. 슈퍼코어인플레이션은 가격 구성 요소 중 인건비의 비중이 커 고용 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는 영역이다. 마켓워치 계산에 따르면 슈퍼코어 인플레이션은 전월대비 0.9% 올라 2022년 4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나타냈다. 전월대비 4.4% 오르며 8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상품과 달리 디스인플레이션이 나타나지 않고 고물가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데이터다. 슈퍼코어 인플레이션은 주거비 영향이 적은 개인소비지출(PCE) 지수로 산출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물가 둔화 속도가 느려졌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지난 8일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가 마이너스 금리 해제 이후에도 저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엔화 매도세가 확대되고 있다. 닛케이 평균 주가가 3만8000엔에 육박하는 등 주가가 뛰면서 해외 투자자들의 환리스크 헤지 목적의 엔 매도도 엔화 약세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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