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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기준금리 연내 7번 올린다는데…우리 증시 하락할까

양희동 기자I 2022.02.12 14:00:23

2016~2018년 美기준금리 '0.25%→2.5%' 급등
이 시기 코스피 '1900→2600' 30% 이상 상승
메모리 슈퍼사이클로 상승세…韓美금리 역전에 하락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미국의 소비자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올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7.5%가 오르며 지난 1982년 2월 이후 40년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이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한번에 0.5% 포인트를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미국의 긴축 흐름은 국내 증시에도 연쇄적인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2016~2018년 미국 기준금리 인상기에 국내 증시가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 등에 힘입어 상승세를 탔던 사례도 거론된다. 당시엔 한국 기준금리가 미국 기준금리보다 낮아지는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진 2018년 초 이후부터 증시가 하락세를 탄 바 있다.

◇연내 美 기준금리 7번 인상 예상…국내 증시 하락 우려 확산

12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미국의 CPI 급등 소식이 전해진 지난 11일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0.87% 하락한 2747.71로 마감했다. 또 코스닥지수는 전일 대비 2.04%나 급락한 877.42를 기록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선 LG화학(051910)이 63만 3000원으로 4.24% 하락했고 실적 악화까지 겹친 게임 대장주 크래프톤(259960)은 25만 9000원으로 12.79%나 급락했다. 코스닥에서도 시총 1위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가 3.06% 떨어져 6만 3300원으로 마감했고, 위메이드는 10.13%가 하락해 9만 5800원을 나타냈다.

국내 시총 1위인 삼성전자(005930)도 지난달 발표한 2021년 4분기 실적의 호조와 전략스마트폰 ‘갤럭시S22’ 공개에도 주가는 0.66% 떨어져 7만 4900원을 기록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경쟁업체인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일본 키옥시아의 합작 생산시설 2곳이 재료 오염 문제로 가동이 멈췄다는 호재성 소식에도 하락해 눈길을 끌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 3월 이후 0.25%가 유지돼 온 미국 기준금리가 올해만 7번 인상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데다,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커지면서 국내 주식시장에도 충격을 주고 있는 모양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 물가지표가 다시 한 번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고 파월 의장이 지난해 12월 FOMC 이후 새롭게 나오는 데이터에 ‘겸허하고 기민한(humble and nimble)’ 대응 주장을 감안해 연준의 정책 정상화 경로를 수정한다”며 “연준의 공격적 금리인상이 2023년 커브 역전(경기 침체 가능성)을 각오해야 함을 의미,올 상반기 중 3번 금리인상을 단행하고 오는 2분기 중 다소 빠르고 큰 규모로 QT(자산 긴축)에 나서며 커브를 세우면서 정책 정상화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2016~2018년 미국 기준금리 추이(왼쪽)과 이 기간 코스피지수 추이(오른쪽) 비교. (자료=세계금융연구원·신한금융투자)
◇2016~2018년 美 금리 ‘0.25→2.5%’…반도체 호황에 코스피도 상승

미국의 금리인상이 본격화되고 빅스텝이 거론되면서 국내 증시에 미칠 파장도 클 전망이다.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12월 28일 3020.24에서 올 1월 27일엔 장중 한때 2600선이 깨지는 등 2614.49까지 주저앉았다. 1월 한달간 주가가 13% 가량 하락한 것인다. 이후 이달 들어 소폭 반등했지만 또다시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해 상승세가 꺾이며 2700선에 발이 묶였다. 지난달 초 1000선을 넘기던 코스닥지수도 800대 중후반에 머물러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373220) 상장으로 인한 국내 수급 이슈가 마무리되고 메모리 등 반도체 경기가 되살아나면 증시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2016년 하반기부터 2018년까지 이어진 메모리 슈퍼사이클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 등 세계 1·2위 메모리 업체들은 매 분기 실적 신기록 행진을 이어갔고, 코스피지수도 2016년 초 1900대에서 2018년 1월 말 2600대를 넘어서며 2년 가까이 상승세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 기간 미국 기준금리는 0.25%에서 2.5%까지 2.25%포인트나 상승했다. 코스피지수가 하락세를 탄 것은 한국 기준금리가 미국 기준금리보다 낮아지는 금리 역전이 일어난 2018년 초 이후부터였다. 현재는 한국 기준금리는 1.25%로 미국보다 1%포인트 높은 상태다.

올 상반기에는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로 낸드플래시 세계 2위로 올라선 가운데 경쟁사인 웨스턴디지털과 키옥시아의 생산 차질이 단기간 호재가 될 전망이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키옥시아가 공장의 정상 가동 시점을 밝히지 않았으나 적어도 2~3개월 생산 중단은 불가피하다”며 “오는 2분기부터 낸드 생산 공백 영향이 불가피하지만, SK하이닉스는 경쟁사 대비 낸드 추가 공급 여력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하반기에도 고효율 메모리에 대한 수요가 탄탄할 전망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오는 3분기부터는 서버용 부품 공급난이 크게 해소되면서 서버용 DDR5 수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인텔과 엔비디아 등의 신규 그래픽처리장치(GPU) 제품이 메모리 반도체 교체 수요를 자극하고, 고효율 메모리 반도체인 DDR5와 ‘PCIe 5.0’ SSD 수요의 방향성을 겨냥한 저점 매수 전략이 유효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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