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까지 버릴 게 없는 명태…영양소 풍부한 통감자
춘궁기 피목으로 생존…송기떡 사찰음식 자리잡아
1등 술안주 돼지껍질…매미·뱀 허물 약재로 쓰여
음식은 문화입니다. 문화는 상대적입니다. 평가 대상이 아니죠. 이런 터에 괴상한 음식(괴식·怪食)은 단어 자체로서 모순일 겁니다. 모순이 비롯한 배경을 함께 짚어보시지요. 모순에 빠지지 않도록요. <편집자주>[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명태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버릴 게 없는 생선이다. 흔히 버리는 아가미는 식혜로 먹고, 대가리는 육수를 뽑는 데에 요긴하게 쓴다. 껍질요리는 별미다. 벗겨서 말린 걸 튀겨내면 바삭한 먹는 느낌이 일품이다. 싱거우면 간장과 고춧가루, 올리고당을 버무려 볶아먹어도 좋다.
가을에 잡아올린 새우는 두꺼운 껍질 속에 오른 살을 감추고 있다. 굽든, 찌든, 삶든 맛난데 껍질은 통째로 먹어도 무방하다. 미식을 원하는 이들에게 찬밥 신세를 받고 버리기 일쑤다. 단단해서 어린이나 노약자가 그대로 먹기에도 부담이다. 조리하기 전에 손질해서 말려둔 걸 우려내면 감칠맛을 돋우는 육수를 얻을 수 있다.
감자 껍질은 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으니 벗겨 먹으라고 하지만, 비타민·칼슘·섬유질이 풍부하다. 오리온 과자 ‘눈을감자’는 통감자를 껍질째 썰어 튀긴 스틱형 제품으로, 출시한 지 14년 동안 사랑받는 제품이다. 이밖에 수박과 참외는 껍데기가 남아 처리가 골치인데, 장아찌로 담아 먹는 게 별미다.
 | | 송기떡(사진: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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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시절은 껍질이라고 가릴 게 없었다. 피목(나모껍질)은 춘궁기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영양을 제공했다. 송기(소나무 연한 속껍질)는 멥쌀가루 따위와 섞어 떡으로 쪄먹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송기떡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병자호란 등 전란으로 굶주리던 백성이 구황식으로 사용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전한다. 송기식(食)은 불가에서 사찰 음식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제한적인 방식으로 섭취해야 한다. 껍질을 벗은 나무는 최악에는 고사하기 마련이다. 북한에서는 산림 황폐화의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초목의 껍질에 비하면 가축의 껍데기는 고급 식재료에 든다. 돼지껍질은 살코기 내장과 섞여 국밥을 먹는 이의 포만감을 끌어 올린다. 짭조름하게 굽거나, 매콤하게 볶아 내놓으면 어느 술자리에서도 안주로서 손색없다. 콜라겐이 풍부해 영양을 맞추기에도 제격이다. 소 껍데기도 별식이다. 털을 제거하고 잡내를 잡으려면 손이 여간 가는 게 아니다.
매미가 성충이 되며 벗은 허물은 ‘선퇴’(蟬退)로 불린다. 씻어 말려서 달이거나, 부숴 분말로 쓴다. 동의보감은 ‘어린이 간질과 두창(痘瘡·천연두) 치료에 좋다’고 전하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KIOM) 실험 결과, 선퇴는 파킨슨병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다. 뱀의 허물 사퇴(蛇退)는 감퇴한 시력(퇴예)을 회복하거나, 기생충 제거(살충)와 붓기를 다스리는 데에도 효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