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는 소매유통업체 10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20년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가 66으로 집계됐다고 12일 밝혔다. 이같은 수치는 2002년 조사 시작 이래 가장 낮고, 기준치 100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RBSI는 기준치 100을 초과하면 경기 호전을, 미달하면 경기 악화를 각각 전망한다는 의미다.
세부 업태별로 보면, 대형마트·백화점 등 다중이용시설 업태에서 큰 낙폭을 보였다. 대형마트의 경기전망지수는 44로 세부업태 중 가장 낮았고, 낙폭 역시 전분기(80) 대비 36포인트(p) 하락해 가장 컸다. 백화점 업계 또한 우울한 전망치(61)와 함께 큰 폭의 하락치(32p)를 보였다.
대형마트는 온라인쇼핑에 밀려 업황이 하락세인 데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내방객이 줄고 생활필수품을 제외하고는 전반적 매출 부진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봄철 인기를 끌던 여행?레저 관련 상품 판매도 급감할 것으로 예상돼 부정적 전망을 키웠다.
백화점은 지난 겨울 패션상품군의 부진에서 벗어나 올초 다소 회복을 기대했으나, 코로나19로 침체가 심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패션, 화장품, 식당가 등 고객이 장시간 체류하며 대면판매를 하는 상품의 실적이 급감할 것으로 우려했다.
편의점 업계는 전분기 대비 20p 떨어진 55로 전망했다. 편의점들은 겨울철 비수기가 끝나고 야외 활동이 증가하는 2분기를 매출 ‘터닝포인트’로 꼽는다. 그러나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으로 각종 모임과 지역축제가 취소돼 관광지와 고속도로에 위치한 매장의 매출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개학 연기로 학교 상권도 침체돼 시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슈퍼마켓은 지난 분기에 이어 어두운 전망치(63)를 보였으나, 타 업태에 비해 낙폭(12p)은 상대적으로 작었다. 외출을 줄이는 탓에 거주지에서 접근성이 좋은 슈퍼마켓 이용이 다소 늘었고, 1인 상품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며 매출이 일부 증가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반사효과도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내다봐 2분기 전망치는 하락했다.
그동안 호조세를 이어오던 온라인·홈쇼핑도 1분기 105에서 2분기에는 100 밑으로 떨어진 84를 기록했다. 비대면 쇼핑 선호에 따른 반사이익 기대감보다 신선식품 등 일부 생필품 외에는 코로나19 발 소비부진을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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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코로나19 대책반에 접수된 유통업계 애로건의 사항을 보면 △대규모점포 영업규제 개선 △공공 역사내 점포 임대료 감면 △신용카드 결제대금 익일 입금 시스템 도입 등 당장 기업에 부담이 되고 있는 규제나 비용 문제를 덜어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업계에서 대한상의를 통해 건의한 △대형유통시설 교통유발부담금 감면과 △소상공인에 대한 도로점용료 감면은 지난 9일 정부에서 수용키로 했다.
업태별 업계 건의사항으로는 온라인·홈쇼핑은 티켓할인 지원과 배달 플랫폼 소상공인 배송료 지원을, 슈퍼마켓은 내수활성화 위해 생필품 전국동시 세일추진을, 편의점 업계는 지역사랑 상품권 사용처 확대 등 요청이 있었다.
지난 2월 정부가 내놓은 내수활성화 대책에 대한 보완 주문도 나왔다. 정부가 소비촉진을 위해 소득공제율을 2배(15~40%→30~80%)로 확대했지만, 적용기한이 한시적(3~6월)이고 공제한도(200만~300만원)는 올리지 않아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적용기한을 최소한 금년 말까지로 늘리고 공제한도도 현재 금액보다 올릴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휴대폰 결제한도의 상향도 요청했다. 모바일 간편결제의 경우 1회 충전한도는 200만원인 반면, 이용자가 많은 휴대폰 결제는 월 60만원이 최대다. 더 높은 가격대의 제품, 콘텐츠 구매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월 단위 지출 상한선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강석구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그동안 유통업계가 시장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생존까지 위협받고 있다”며 “소비 정상화까지는 어렵겠지만 경영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들이 강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