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이 자동차]범블비는 원래 비틀이었다

피용익 기자I 2019.01.05 10:30:46
영화 범블비에 등장하는 폭스바겐 비틀 타입1. (사진=파라마운트 픽처스)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영화 ‘트랜스포머’의 스핀오프 작품 ‘범블비’(2018)에 등장하는 변신 로봇 범블비는 폭스바겐 ‘비틀’을 기반으로 디자인됐다. 범블비는 그동안 세련되고 날렵한 쉐보레 ‘카마로’의 몫이었지만, 이번 영화에선 귀엽고 동글동글한 비틀이 주인공이 됐다.

비틀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자동차 가운데 하나다. 비틀 타입1은 1938년 독일에서 첫 출시된 이후 2003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2100만대 이상 판매됐다. 이후 ‘뉴 비틀’(1998~2011)과 ‘더 비틀’(2011~2019)이 인기를 이어갔다.

흥미로운 점은 비틀이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의 지시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히틀러는 누구나 부담없이 구입할 수 있는 ‘국민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페르디난트 포르쉐에게 자신의 구상을 말했고, 그것은 마침 포르쉐가 평소 생각해오던 소형차의 모습이었다.

히틀러는 포르쉐 박사에게 공학연구소를 만들어줬고, 1936년에는 수평대향 4기통 1.1ℓ 엔진에 최고속도 98㎞/h, 최대출력 26.5마력을 갖춘 비틀 프로토타입이 생산됐다. 그리고 마침내 1938년 히틀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볼프스부르크 공장 기공식에서 비틀의 첫 양산 모델이 공개됐다.

폭스바겐 비틀이 포르쉐 주요 모델들과 비슷한 유선형 디자인을 갖고 있는 것에는 이같은 역사적 배경이 있다.

히틀러는 비틀을 원래 ‘KdF(Kraft durch Freude˙기쁨의 힘)’라고 불렀다고 한다. 하지만 포르쉐 박사는 비공식 명칭인 ‘폭스바겐(Volkswagen·국민차)’을 선호했다. 이 차를 딱정벌레에 빗대 ‘비틀’로 부른 것은 미국인들이었다.

전작의 성공에 힘입어 1998년 폭스바겐은 비틀의 2세대 모델인 ‘뉴 비틀’을 출시했다. 이 차는 한국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2011년에는 상하이 모터쇼에서 ‘더 비틀’이 공개됐다. 하지만 판매량이 점차 줄어들자 폭스바겐은 2019년 7월 단종을 결정했다. 2018년 11월 LA 오토쇼에서는 ‘비틀 파이널 에디션’이 공개됐다.

비틀의 마지막 모델은 2.0ℓ 가솔린 TSI 엔진을 탑재했다. 최고출력 174마력, 최대토크 25.4㎏·m를 발휘한다. 퓨어 화이트, 딥 블랙펄, 플래티늄 그레이, 사파리 유니 베이지, 스톤워시 블루의 다섯 가지 색상으로 출시됐다. 가격은 2만3045~2만9995달러. 국내 출시 계획은 미정이다.

이로써 비틀은 80년 역사를 뒤로 하고 우리 곁에서 사라지는 것일까. 아직 슬퍼하긴 이르다. 일각에선 폭스바겐이 비틀 전기차를 만들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더 비틀 파이널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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