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연애, 안녕하십니까②]높아지는 취업 문턱·생활물가…“데이트 비용도 부담돼”연애에도 자격이 필요한 20대…“현실은 텅장인데 무슨” 취준생 김모(27)씨는 친구에게 소개팅 제안을 받았다. 마침 지원한 회사에서 서류전형 합격통지를 받아 들떠 있던 터라 주저하지 않고 소개팅을 했다. 2주 정도 만남을 이어가다 둘은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첫 데이트를 즐기던 중 그는 면접에서 불합격 통지를 받았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고 느껴진 그는 지금의 연애가 사치라고 느껴지면서 부담스러워 지기 시작했다.
현실 앞에 선 취준생에게 연애는 사치다. 학자금 대출과 하루가 멀다고 오르는 방세를 벌려면 아르바이트 하나로 부족하다. 취업난과 경제적 어려움 앞에 본인 앞가림 하기도 어려 취준생에게 “연애 안 하느냐”는 주위에 질문은 자존심마저 땅에 떨어뜨린다.
“현실은 텅장인데 연애는 무슨”취준생 양모(26)씨는 “편의점에서 컵라면 먹으면서 데이트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했다.
그는 “방세는 부모님께서 지원해줘 그나마 다행이지만 1년 내내 알바를 2개나 해도 생활비를 충당하기 어려워 한 개를 더 늘릴 생각 중인데 연애는 무슨”이라며 “데이트 한번 하려면 5만원은 써야 하는데 그 돈이면 생활비에 보태야지”라고 했다.
취준생·청년실업자의 지갑은 날이 갈수록 가벼워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생활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2030세대의 데이트 비용의 부담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텅텅 빈 통장’을 의미하는 ‘텅장’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고용률은 42.9%로 과반수에 미치지도 못한다. 올해 5월 청년실업률이 5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3분기 청년실업률은 9.4%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외식비, 영화 관람료 등 치솟은 생활물가도 연애를 가로막는 장벽이다.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청년에게 엎친데 덮친격이다.
CGV는 지난달부터 영화 관람료를 1000원 인상해 성인 1명의 가격이 1만원 이상으로 올랐다. 버거킹, 롯데리아,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 브랜드뿐만 아니라 카페 브랜드도 일부 메뉴 가격을 인상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지난 3월 기준 외식업체 24.4%가 지난해 대비 약 10% 포인트 이상 가격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아직 인상하지 않은 업종도 78.8%가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취준생의 주 수입원인 알바비도 방세와 생활비를 충당하는데 턱없이 부족하다. 부동산 중개 앱인 ‘다방’이 지난해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의 평균 보증금과 월세를 조사한 결과 각각 1378만원, 49만원으로 드러났다.
청년세대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은 청년 구직자의 한 달 평균 생활비가 84만원이라고 발표했다. 취업포털 알바몬도 1년 내내 알바를 하는 ‘프로알바러’의 1년 평균수입이 1019만원 수준으로 집계했다. 한 달 수입으로 환산하면 약 85만원 정도다.
알바몬은 “부모님의 도움을 빌려 방세를 내더라도 알바 해서 번 수입은 고스란히 한 달 생활비로 간신히 충당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