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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좋았다. 20대 총선에서 야당의 텃밭인 전남 순천에서 당선되며 3선 고지에 오른 것. 한국정치의 고질병인 지역주의 타파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8.9 전당대회에서는 호남 출신 첫 보수정당 대표에 오르는 기적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30여년 전 말단 당직자에서 시작해 당 대표에 오르는 위대한 반란이었다. 감동적인 인생스토리에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그때까지였다.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에서 대야 강경투쟁을 주도하면서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특히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 이후 국정감사 전면 보이콧 결정과 무기한 단식투쟁을 통한 초강경 투쟁노선으로 일관하다가 당 안팎의 비난에 시달렸다.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화되면서부터는 끝없는 추락이 이어졌다. 박근혜대통령의 최측근 복심으로 불린 이 전 대표는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대통령 옹호에 나섰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12월 9일 대통령 탄핵안 통과 이후에는 식물대표로 전락했다. 비주류의 사퇴공세에 버티기로 일관하던 이 전 대표는 지난 16일 정우택 원내대표 당선 이후 넉달여 만에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그러나 뒤늦은 선택이었다. 비박계의 집단탈당으로 새누리당은 분당사태를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