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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본 2016] ‘朴의남자’ 이정현, 빛바랜 ‘무수저 혁명’

김성곤 기자I 2016.12.30 08:27:50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는 올해 천국과 지옥을 동시에 경험했다. 본인의 정치인생에서는 최전성기를 구가했지만 영광도 잠시였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후폭풍 속에서 주군인 박근혜 대통령과 더불어 처참하게 몰락했다. 무(無)수저 혁명으로 거위의 꿈을 일궈내며 화려하게 비상했지만 마지막은 날개없는 추락이었다.

시작은 좋았다. 20대 총선에서 야당의 텃밭인 전남 순천에서 당선되며 3선 고지에 오른 것. 한국정치의 고질병인 지역주의 타파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8.9 전당대회에서는 호남 출신 첫 보수정당 대표에 오르는 기적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30여년 전 말단 당직자에서 시작해 당 대표에 오르는 위대한 반란이었다. 감동적인 인생스토리에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그때까지였다.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에서 대야 강경투쟁을 주도하면서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특히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 이후 국정감사 전면 보이콧 결정과 무기한 단식투쟁을 통한 초강경 투쟁노선으로 일관하다가 당 안팎의 비난에 시달렸다.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화되면서부터는 끝없는 추락이 이어졌다. 박근혜대통령의 최측근 복심으로 불린 이 전 대표는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대통령 옹호에 나섰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12월 9일 대통령 탄핵안 통과 이후에는 식물대표로 전락했다. 비주류의 사퇴공세에 버티기로 일관하던 이 전 대표는 지난 16일 정우택 원내대표 당선 이후 넉달여 만에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그러나 뒤늦은 선택이었다. 비박계의 집단탈당으로 새누리당은 분당사태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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