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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노블레스오블리주]"급여 안받겠다" 무보수 선언한 대학총장들

신하영 기자I 2015.10.06 08:45:05

천장호 광운대 총장 검소한 생활에 월급 기부까지
첫 무보수 선언 고 이효계 숭실대 총장 이후 확산
이원우 꽃동네대 총장 연임 포함 6년째 급여 반납

대학 발전을 위해 월급을 받지 않은 총장들. 왼쪽부터 고 이효계 전 숭실대 총장, 천장호 광운대 총장, 이원우 꽃동네대 총장, 오덕호 한일장신대 총장.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직위가 높으나 낮으나 월급쟁이에게 급여는 생활의 버팀목이자, 직장생활의 즐거움이다. 그러나 대학 발전을 위해 월급을 포기한 총장들이 있다. 이들은 취임과 동시에 ‘무보수’를 선언하고 월급을 학교의 발전기금으로 쾌척했다. 해당 대학의 구성원들은 이 같은 총장의 기부에 자부심을 갖는다. 이런 자부심은 학내 결집으로 이어져 대학평가나 국고지원사업에서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대학가에 따르면 현직 총장 중 취임 후 무보수를 선언한 대학총장은 천장호 광운대 총장, 이원우 꽃동네대 총장, 오덕호 한일장신대 총장 등 3명이다.

이 중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 천장호 광운대 총장이다.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일체의 보수를 받지 않고 있다. 천 총장은 1968년 광운대를 수석 입학해 장학금을 받으며 수학했다. 이어 미국 스티븐스공대 대학원에 진학해 반도체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9년부터는 모교 교수로 재직하며 연구처장·중앙도서관장·대학원장·부총장을 지냈다. 작년에 광운대 9대 총장에 올랐다.

천 총장은 교수로 재직할 때부터 국내를 대표하는 과학자로 명성을 떨쳤다. 2011년과 2012년에는 환경·에너지분야 노벨상으로 불리는 에니상(Eni Awards) 최종 후보로 연속 선정되는 등 연구업적도 인정받고 있다.

그는 “광운대는 부모님처럼 소중한 모교이자 평생 보람차고 행복한 교수생활을 해온 삶의 터전”이라며 “무보수 선언은 그간 많은 것을 베풀어 준 모교와 사회에 대한 감사의 의미”라고 말했다.

천 총장은 35년 교수생활 동안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등 검소한 생활로도 유명하다. 경기도 안양에서 광운대역까지 전철로 1시간 30분 거리를 오가면서도 매일 오전 7시면 어김없이 연구실로 출근했다.

학내 구성원들은 이 같은 천 총장의 검소한 생활을 지켜보며 광운대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이 대학 관계자는 “다른 대학을 보면 총장이 비리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는데 천 총장은 교수시절부터 지금까지 모범이 될 만한 생활을 하셨다”며 “구성원 결집력도 높아져 천 총장 취임 후 지난해 교육부 학부교육선도대학(ACE)에 선정되는 등 경사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원우 꽃동네대 총장은 올해로 6년째 무보수로 일하고 있다. 이 총장은 지난 2009년 취임 후 4년간 무보수로 일했다. 이 총장은 2013년 3월 연임되자 또다시 재임기간(4년)동안에 보수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충북 청주시에 있는 꽃동네대는 사회복지 전문가 양성을 위해 1999년 설립된 국내 첫 사회복지특성화 대학이다. 이 대학 관계자는 “이 총장은 본인의 급여를 학교 발전을 위해 써달라는 의미에서 보수를 일절 받지 않는다“며 “전임 임기 4년간 보수를 받지 않으신 것도 대단한 데 연임 이후에 또다시 무보수를 선언해 존경하는 교직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오덕호 한일장신대 총장은 2012년 취임 후 2013년 한 해 동안 무보수로 일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의 재정난 타개를 위해 총장이 먼저 월급을 기부한 것이다. 오 총장의 결단 이후 교수 45명과 직원 24명이 1년간 보직수당과 상여금 일부를 기부하며 이에 동참했다.

대학 총장들은 일반적으로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다. 사립대의 총장 평균 연봉은 1억5000만원이 넘는다. 포항공대 등 일부 대학은 3억~4억원이 넘는 연봉을 지급하기도 한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총장이 월급을 받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재정적 도움도 크다”고 귀띔했다.

국내 대학에서 처음 무보수를 선언한 총장은 지난해 작고한 고 이효계 숭실대 총장이다. 이 총장은 2005년 숭실대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보수 전액을 반납하겠다고 밝혀 대학가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당시 숭실대 총장 연봉은 약 1억2000만원으로 그가 임기 4년간 무보수로 일하면서 학교에 기부한 금액은 4억8000만원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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