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조업 고용 창출 효과 9.8명…관광업은 20명
세계 어느 나라든 관광산업이 창조경제의 핵심축이 되고 있다. 뉴질랜드의 관광산업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3.7%인 73억 뉴질랜드달러(약 6조 3500억원)로 정규 종사자 수는 11만 800명에 달해 전체 고용인구의 5.7%를 차지하고 있다. 스페인은 관광산업 규모만 1000억유로(약 14조원)를 넘어 국내 총생산의 10%가 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관광산업도 해마다 성장세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관광산업 규모는 GDP의 2.1%인 26조 6500억원에 달했다.
고용 창출 효과 역시 타산업보다 월등하다. 제조업이 9.8명에 불과하고 IT산업이 15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내지만 관광산업의 고용 창출 효과는 20명에 달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관광업 총 고용규모는 약 158만개로 총 고용의 6.4%를 차지했고 올해는 약 0.7% 감소한 약 157만개로 예상된다. 이는 관광대국인 중국(8.3%), 프랑스(10.9%) 보다 2~4% 정도 낮은 규모다. 앞으로 관광시장의 성장 규모에 맞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기반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번 ‘창조관광 성공기업’ 시리즈에서 소개할 업체는 이 같은 취지를 따라 여행분야에서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기관인 한국관광인력개발원(www.kthdc.com)이다. 한국관광인력개발원은 지난해 열린 ‘제2회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고 같은 해 7월 회사를 열었다. 쉽게 설명하자면 관광산업의 핵심인 ‘인력’을 양성하는 곳이다. 아이디어는 단순했지만 여행업에 꼭 필요한 부분이었다.
지민신(37·사진) 한국관광인력개발원 대표는 “여행산업이 나날이 커지고 정부 또한 핵심산업으로 인정할 만큼 관심이 높아졌지만 정작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전문기관은 전무한 실정”이라며 “한국관광인력개발원은 여행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해 양질의 관광콘텐츠를 발굴하고 소비자인 여행객에게 다시 양질의 여행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관광인력 양성 전문기관 설립 △관광 전문인력 DB 구축 △여행 쇼핑몰 구축 △관광 포털 구축 등 세부 사업계획도 세웠다. 이 아이디어는 당시 공모전 심사진의 이목을 끌었다. 강규상 한국관광공사 창조관광사업팀장은 “그동안 우리나라의 관광산업은 외형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질적 성장이 미흡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한국관광인력개발원은 우리나라의 관광산업의 질적 성장을 이끌어나갈 핵심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콘텐츠와 자질을 갖추고 있어 심사위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며 수상 이유를 밝혔다.
|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국민 대부분이 ‘삶에서 필요한 게 치유와 여행’이라고 답변했듯 행복추구의 기본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좋은 여행상품을 만들고 여행계획을 자문, 상담해주는 여행업 종사원들의 전문성은 현대사회에서 중요하게 주목받고 있다.”
‘전문성’은 평소 지 대표가 생각하는 여행업 종사자의 자질이다. 그는 어느 업종 못지않게 여행업에서 전문성이 필요다고 설명했다. 실제 여행업 인재들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나 기관·시설 등은 현재의 여행업 규모보다 상당히 열악한 수준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지난해 교육통계 기준으로 관광 관련학과 교육기관을 살펴, 대학교 82개, 전문대학 117개로 총 199개 학교에 관광학과가 설립된 것으로 조사한 바가 있다.
하지만 지 대표가 가장 심각하게 꼽는 문제는 ‘교육현장과 여행업 현장과의 거리’다. 그는 “일부 여행사와 사업체에서는 직원 채용 시 관광 전공자와 비전공자와의 실무 능력 차이가 거의 없어 채용하더라도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전문인력을 양성하기도 힘들지만 구하기 힘든 것도 마찬가지. 사람 구하기가 별따기란 말이 업계에서 나올 정도다. 일각에서는 상도덕을 무시할 정도로 각사 간 ‘경력자 영입하기 쟁탈전’이 벌어지는 촌극이 빚어지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 지 대표의 설명이다. 한국관광인력개발연구원을 설립한 이유도 이러했다. 여행업에서 10년 넘게 종사해온 여행인으로서 여행업 인재 양성 부재를 통감해왔던 터였기 때문. 지 대표는 “더는 여행업계가 망가지는 광경을 방관할 수 없었다”며 “소비자가 느끼는 여행업에 대한 불신도 여행 전문인력이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여행업이 상당히 저평가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지 대표는 달라져야 할 여행업계 위상에 대해 덧붙였다. “관광선진국만 해도 여행 컨설팅은 고급 지식서비스로 분류되면서 컨설팅에 따른 취급수수료 요구가 자연스러운데, 우리는 아직 여행상품 기획은 무료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는 관광 전문인력들이 생산한 콘텐츠가 제값을 못 받고 있다는 증거다. 여행업도 법률, 재무, 회계, 의료 등 전문 분야의 컨설팅처럼 변해야 한다.”
◇여행은 행복 만드는 일…여행전문가는 행복전도사가 돼야
창업 후 지 대표는 교육과정 개발에 힘을 쏟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실무환경에 맞는 인재 양성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예비 여행사 창업자들을 위한 창업자 과정을 처음 선보였다. 그는 “먹고 살기 위해서 여행사를 창업하는 사람보다 여행을 즐기고 남들에게 여행의 의미와 행복을 전달해 줄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해 여행사를 창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고 취지를 밝혔다. 교육은 총 4주 과정으로 주 2회(6시간), 총 24회로 진행된다. 2회 특강(6시간)도 포함된다. 교육 내용은 불필요한 창업비 절감, 1인 창업 노하우, 창업자금 지원 등을 총망라한 ‘창업 인큐베이팅 과정’으로 준비했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지난 1년간의 성과는 눈부시다. 실제로 여행사 창업과정을 통해 배출된 수료생들이 속속 여행업계로 진출하고 있다. 현재 10여개의 업체가 창업해 업체를 운영 중이고 약 15개 업체가 2014년도 창업을 목표로 분주히 준비 중이다. 대표적으로는 문화·예술·출판 전문가가 창업한 ‘트루트립’, 한국 여자들이 꼭 한번 가보고싶은 여행지인 스페인을 주제로 한 ‘SB투어’, 농민을 위한 여행사 ‘RG투어’ 등이 성공적으로 창업했다.
여행상품 코디네이터 과정도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여행상품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유통,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담았다. 교육현장에서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던 실무 중심의 교재와 커리큘럼을 개발한 것이다. 그는 “현재 여행업으로 등록된 업체만 1만 5000개가 넘지만, 이들 중 여행상품을 개발해 판매할 수 있는 회사는 100여 개에 불과하다”며 “상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모르면 여행객에게 진정성 있는 컨설팅도 할 수 없고 여행상품을 이해시키기도 어렵다”고 개발 취지 설명했다. 먼저 시장에서 반응이 왔다. 중소기업 전문 케이블 방송에서 정규 강좌로 편성됐고 여행사 취업 희망자는 물론 기존 여행사 직원에 이르기까지 수강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대학들의 러브콜이 뜨겁다. 교육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중·고등학교나 기업체에서도 강의 의뢰가 부쩍 늘었다.
교육내용도 다양해졌다. 관광안내 시스템에 대한 개선방안은 물론 고급 관광가이드, 전문여행 컨설턴트, 통역 가이드 및 해설사 등 관광 전문인력과 여행작가 등 일반인을 위한 과정도 개발했다. 앞으로 의료관광상품 기획가, 산업관광 전문 안내사, 보상관광(성과보수 투어) 전문 기획가, 생태·체험관광 전문 안내사, 생태·체험관광 프로그램 기획가, 연수관광 전문 안내사와 프로그램 기획가, 야영장 전문 관리사, 캠핑분야 전문 안내사 등도 계획 중이다.
지 대표의 꿈은 이제 시작이다. 할 일은 많지만 차근차근 준비해 나갈 계획이다. 그는 “앞으로 관광업에 종사하는 인력과 그 인력들의 경력을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며 “우리를 통해 양성된 여행업 전문인력들이 시장에서 그 가치와 전문성을 인정받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