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서울 한양대 공기역학연구실. 김흥수 코치의 두 눈은 휘둥그레졌다. 연구실에는 지름 2m의 대형 프로펠러가 뿜어내는 강풍(최고 초속 60m) 앞에 약 30㎝ 크기의 스키점프 선수 모형이 비행자세를 하고 있었다. 일명 '풍동(風洞·wind tunnel)'이라 불리는 연구시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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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기계공학과 조진수(53) 교수와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김영재(51) 교수가 국가대표 4인방에 최적의 비행자세를 찾아주겠다며 만든 연구시설의 일부였다. 교수들은 무료로 선수별 맞춤 연구결과를 제공하기로 했다. 4인방이 가진 과학적 자료라고는 1993년 무주동계유니버시아드 당시 비디오카메라로 선수들을 분석한 16년 전 자료가 유일했다.
기록향상을 위해 조진수 교수팀(5명)은 풍향·풍속에 따라 변하는 양력(물체가 뜨려는 힘)과 항력(공기저항에 당겨지는 힘)을 계산해 선수별 최적의 비행자세를 찾는 일을 맡았다. 김영재 교수팀(3명)은 이 비행자세를 컴퓨터에 입력해 비행궤적과 거리를 예측하는 분석을 맡는다.
조진수 교수는 "2~3달 뒤쯤 한국 선수들의 신체조건, 스키 제원 등을 고려한 '한국형 점프법'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선수별·상황별 점프자세를 프로그램화해서 대회 당일 상황에 따른 맞춤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교수팀과 대표팀의 공동 목표는 내년 2월 밴쿠버 동계올림픽 메달권 진입이다. 2002년 동계올림픽의 단체 8위가 현재까지 최고성적이다. 국가대표 4인방은 "1991년부터 18년간 점프를 하느라 몸만 괴롭혔는데, 이젠 과학적으로 뛸 수 있게 됐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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