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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B, 부도 `도미노` 막아낼까..다음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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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효 기자I 2008.03.17 09:13:15

금융시장 위기, `신용경색` 아닌 `부도위기` 확인
은행권 실적발표 앞두고 `다음 희생자`에 촉각
리먼브러더스·손버그 등..CDS시장·헤지펀드도 `전전긍긍`

[이데일리 정영효기자] 미국 5위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사실상 부도 상태에 빠지면서 국제 금융시장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은 `신용경색`이라 아니라 `부도위기`임이 확인됐다.

기준금리 인하로 위기를 타개하려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결국 구제금융(bail-out)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를 위해 대공황 이후 거의 사장되다시피한 제도까지 끄집어냈다.
 
FRB가 다시 재할인율을 0.25%포인트 전격인하하고 베어스턴스에 300억달러의 유동성 지원을 하기로 결정했지만, 이것으로 사태가 진화될 것으로 보는 이는 거의 없다.  

월가는 직면한 위기의 실체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것임이 드러나면서 투자자들의 공포 또한 극에 달한 상황이다. 월가 일각에서는 베어스턴스 사태를 미국 금융권 연쇄 부도의 시작으로 규정하고 다음번 쓰러지는 도미노가 누구일 지를 놓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증권의 제프리 로젠버그 신용전략 담당 대표는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누가 다음이냐`가 투자자들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금융권의 연쇄 부도 전망이 횡행하는 것은 월가 투자은행들의 분기 실적 발표가 이번주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이날 베어스턴스를 시작으로 골드만삭스와 리먼브러더스, 모간스탠리가 이번주 실적을 발표한다.

◇상반기 추가상각 규모 500억弗..골드만삭스 35억弗·리먼5억弗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올 상반기 월가 투자은행들이 500억달러를 추가 상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국제 신용위기로 인해 투자은행들이 상각 처리하는 금액은 2000억달러에 도달하게 된다.

스탠더드 앤 푸어스(S&P)가 `서브프라임 상각 사태가 전환점을 돌았다`며 전망한 전체 손실 예상치 2850억달러의 턱밑까지 차는 액수다.

국제 신용위기에 가장 잘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는 골드만삭스도 예외가 아니다. 도이체방크는 골드만삭스가 1분기 35억달러를 상각 처리할 것으로 전망했다. 씨티그룹은 리먼브러더스가 5억달러를 추가 상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간스탠리와 리먼 브러더스도 거대한 손실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S&P 500 금융 업종지수가 올들어 20% 가량 폭락한 상황에서 금융권의 추가 상각 발표는 `도미노 부도` 공포를 더욱 짙게 만들 것이라고 FT는 진단했다.

◇다음 도미노는 누구?..리먼브러더스·손버그 등 거론

`베어스턴스 다음으로 쓰러질 도미노`로 최초 지목된 투자은행은 리먼 브러더스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5일 일부 채권 투자자들이 특히 리먼브러더스 홀딩스에 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리먼브러더스도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곧바로 은행 40개사로부터 20억달러 상당의 3년 만기 신용공여한도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투자은행은 아니지만 미국 2위 모기지 업체인 손버그 모기지도 `부도 위기 예상 피해자 명단`에 올라있다. 서브프라임 시장에 뛰어들었다 무너진 경쟁사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과 아메리퀘스트와 달리 손버그는 `닌자 대출(No Income, No Job, No assets)`에 뛰어들지 않아 안전한 회사로 간주됐다.

그러나 손버그가 주로 다루고 있는 알트-에이 모기지(서브프라임 모기지보다 신용등급이 높은 대출자를 상대로한 모기지) 시장마저 신용위기에 감염되면서 손버그의 앞날도 위태롭게 됐다.

지난달 주당 10달러, 1년전 30달러였던 손버그의 주가는 지난주 한때 1달러를 하회하기도 했다.

래리 A. 골드스톤 손버그 최고경영자(CEO)가 "경영 경력 25년 만에 이같은 일은 처음본다"며 "믿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할 정도다.

브루예트 앤 우즈의 보스 조지 애널리스트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5000억~1조달러로 추산되는 알트-에이 시장이 월가의 다음 근심거리로 떠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큰손` 베어스턴스 무너진 CDS시장도 위기..`헤어컷 감염`을 막아라

베어스턴스의 위기는 크레디트 디폴트 스왑(CDS) 시장에도 충격을 던져줄 전망이다. 베어스턴스가 CDS의 큰손으로 군림해왔기 때문이다.

클라이만 인터내셔널의 개리 클라이만 신용파생상품 컨설팅 전문가는 FT와 가진 인터뷰에서 "베어스턴스는 CDS시장의 창시자(market maker)이자 주 거래업체"라면서 "베어스턴스가 파산할 경우 CDS시장에서 이같은 역할을 하는 업체는 이름도 생소한 센트럴 아메리칸과 캐리비언 CDS 정도가 남는다"고 설명했다.

미국 5대 투자은행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헤지펀드들이 처해 있는 마진콜(증거금 부족분 상환요구) 또한 근심거리다.

현재의 위기가 `신용경색`이 아닌` 부도위기`임이 확인된 만큼 마진콜 요구에 직면한 투자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하기가 더욱 어려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금융권이 특히 우려하는 것은 `헤어컷(haircut)감염`이다. 머리카락을 정리하기 위해 일부분을 조금 자른다는 것이 자르고자르다 보니 전체를 다 깎게 된 것처럼 마진콜이 자산 가치 하락을 부르고, 이는 또다른 마진콜을 초래하는 악순환을 창출하는 구조를 말한다.

FT는 지난 11일 중앙은행이 `헤어컷 감염`을 치료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결국 이번 신용위기는 중소형 금융업체의 줄도산과 규제 완화, 구제 금융, 국유화 등으로 이어지는 길고긴 고통의 과정을 겪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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