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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만 볶나요? 견과류도 배전이 중요합니다."[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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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기자I 2025.11.09 12:00:00

경기 고양시 위치한 더채움, 23년 신공장 열고 성장 채비
150도 이하 저온로스팅으로 씹을수록 단맛 살려
‘기름 없이·소금 없이’ 건강한 견과류 공급 철학
하루에 25g씩…하루견과 시장 연 기업

[고양(경기)=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위생모자에 머리카락 한 올까지 모두 집어넣고 강력한 에어샤워룸을 지난 뒤에야 생산시설에 들어설 수 있다. 들어서자마자 고소한 내음이 코를 자극했다. 공장을 찾은 지난 6일 산처럼 쌓인 마카다미아가 자동 로스터 안에서 한창 볶기고 있었다.
마카다미아가 150℃ 이하 온도의 로스터기를 거쳐 나오고 있다.(사진=김영환 기자)
지난 2023년 경기도 고양시 성석동에 부지 1만㎡, 건물 4000㎡ 규모로 새롭게 건립한 ‘더채움’ 신공장은 최상의 견과류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설계됐다. 자동화율 80% 수준으로 항온·항습 뿐만 아니라 질소라인, HACCP 설비까지 두루 갖췄다. 다양한 견과류의 맛을 지키기 위해서다.

커피처럼 견과류도 잘 볶아야 맛이 살아난다.

권영기 더채움 대표는 수년간 수백 차례의 실험 끝에 맛의 비법을 찾았다. 150℃ 이하에서 90~100분간 진행되는 저온 로스팅이 불포화지방을 지키고 씹을수록 단맛이 살아나는 최적의 조건임을 규명했다. 이 저온 로스팅 공법은 권 대표의 특허 자산이다.

권 대표는 “강하게 볶아내면 처음에는 고소한 맛이 아주 강하다가 끝에 쓴맛이 난다”며 “우리 제품은 저온으로 로스팅해 처음에는 고소한 맛이 약한가 싶지만 씹을수록 단맛이 올라온다”라고 자부했다. 소비자가 견과류에서 건강을 오롯이 섭취할 수 있는 비결이다.
더채움 공장 한 켠에 견과류의 볶은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분석실이 마련돼 있다.(사진=김영환 기자)
이 회사의 원칙은 ‘기름에 튀기지 않고 소금으로 덮지 않는다’다. 과거 견과류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당시부터 기름과 소금으로 견과류의 ‘건강한 맛’을 덮어버리는 데 불만이 많았던 경험이 투영됐다. 창업 후에는 자신의 원칙을 묵묵히 지키고 있다. 이 기술로 산화를 막아 제품은 1년이 지나도 이른바 ‘쩐내’가 나지 않는다.

권 대표는 “견과류는 신선식품이다. 볶은 뒤 바로 밀봉하지 않으면 수분이 들어가 품질이 떨어진다”며 “그래서 원스톱 생산이 가능한 공장이 국내에는 20~30곳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갖가지 견과류가 설정된 무게만큼 분배돼 다음 공정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김영환 기자)
권 대표는 소비자들이 신선한 견과류를 만날 수 있게 소비 습관도 바꾸는 시도를 했다. 하루 적정 섭취량 25g 개념을 도입해 ‘하루견과’라는 카테고리 자체를 열었다. 대용량으로 파는 대신 25g 짜리 소포장 제품 ‘하루한줌 E25g’로 건강한 견과 소비 습관을 바랐다.

권 대표는 “가장 좋은 섭취 방법은 호두를 깨서 바로 섭취하는 것”이라면서 “가격이 저렴하다고 양이 많은 제품을 쌓아두고 먹는 건 산패하는 견과류를 먹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제품을 사는 소비자들에게도 한 번에 많이 사지 말고 조금씩 자주 신선한 제품을 섭취할 것을 권유한다”고 했다.

더채움의 고집은 매출로 이어졌다. 미국의 대형 견과류업체 파라마운트팜즈(현 원더풀 브랜드)가 국내 생산기업으로 이 회사를 선택하면서 국내 코스트코, 쿠팡, 선키스트, 삼양사 등 주요 식품·유통사에 OEM(주문자 상표부착 생산) 납품이 이어졌다. 더채움의 지난해 매출은 약 120억원, 신공장은 유휴공간을 남겨둬 생산능력을 더 늘릴 수 있다. 매출 상승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사진=메인비즈협회)
권 대표는 “체험형 공장을 만들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소비자가 직접 볶고 섞는 맞춤 견과 제품을 구상하고 있다. 호두가 싫으면 빼고 아몬드를 더 넣을 수도 있게 개인형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권 대표는 “앞으로 견과류를 이용한 종합식품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 늘어나고 있는 노인층에 맞춰 부드럽게 먹을 수 있는 제품도 구상하고 있다. 견과류에 집중해 견과류로 승부를 거는 회사로 만들고자 한다”고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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