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세계경제에 대한 슬픈 예감

최은영 기자I 2025.09.29 05:15:00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실물경제가 흔들려도 잘나가던 주식시장
대지진 전 고요 떠올라
정부나 개인투자자나 재무건선성은 확보해야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주요국 증시가 흔들리고 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던 분위기와는 딴판이다. 사실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 경제 전망을 보면 올해나 내년이나 세계 경제성장률은 3% 내외 수준으로 비슷하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도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실물 경제만 놓고 보면 주식 시장의 랠리는 분명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 우리는 애써 그 서로 다른 방향성 즉 실물과 금융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무시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경제 펀더멘털은 그저 그런 상황인데 증시가 좋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인공지능(AI)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낙관론이라고 생각한다. 국내외 시장에서 주가 상승률이 높은 종목들을 보면 대부분 정보기술(IT), 즉 기술주들이다. 새로운 세상아 돈을 많이 벌어다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마치 1981년 퍼스널컴퓨터가 처음 출시되면서 IT가 당장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장밋빛 낙관론이 지배하던 3차 산업혁명 초기 국면과 같은 모습이다.

둘째, 정부의 개입이다. 미국, 일본, 중국 등 대부분 국가의 경제 정책을 보면 재정정책이든 통화정책이든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하는 방향이다. 당연히 주식 시장에는 호재일 수밖에 없다. 어느 나라 정부고 간에 주가지수는 중요하다.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에서 돈을 벌고 있어야 사회에 불만을 가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좋게 보면 시장 친화적인 정책이고 나쁘게 말하면 펀더멘탈에 기반하지 않는 거품(버블)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셋째, 체계적 위험에 대한 시장의 둔감화를 들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수년 동안 시장에 충격을 주는 많은 사건이 있었다. 인플레이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트럼프 노믹스 등 자잘한 사건들이 쉴 새 없이 시장을 강타했고 그때마다 단기적으로 주가는 흔들렸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이제는 웬만한 이슈로는 시장이 꿈쩍도 하지 않는다. 즉 내성이 생긴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과연 앞으로도 주식 시장은 문제없이 전진할 수 있을까. 세상에는 시장은 실물 경제의 거울일 뿐이라고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역으로 시장이 선견지명을 가지고 경제를 끌고 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과거의 경험을 보면 어느 한쪽이 옳다는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다만 전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지금 세계 주식 시장은 위험해 보인다. 특히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글로벌 초대형 경제 위기가 임박했을 가능성에서 걱정되는 부분이 많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2012년 유럽 재정위기, 2016년 중국 경착륙(보는 시각에 따라 다른 견해도 존재한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까지, 우연의 일치일까. 4년마다 메가 크라이시스(대규모 경제위기)가 있었다. 그런데 그 논리라면 2024년에도 엄청난 경제 위기가 있었어야 했다. 운 좋게 4년 사이클을 무사히 지나간 것일까. 아니면 지각판들의 힘들이 모이고 모여 시간이 갈수록 응력(應力)을 쌓아 결국 세계 경제와 주식 시장에 거대한 쓰나미를 몰고 오는 대지진이 되는 가장 비극적 시나리오를 향해 가는 것일까.

필자와 같은 이코노미스트는 주식 투자를 하면 안 된다. 항상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입장으로 세상을 염세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직은 이러한 ‘느낌적인 느낌’이 현실화할 가능성마저도 가늠하기 어렵다. ‘금융 시장과 실물 경제가 맞이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상황이 이러한 모습일 것’이라는 정도로 이해해 줬으면 한다. 그럼에도 그 ‘아마겟돈’을 염려한다면 정부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재무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부채가 과도하게 많은 주체가 가장 먼저 쓰러지기 때문이다. 그것도 쉽지 않다면 최소한 마음의 준비라도 해야겠다. 그나마 모르고 당하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어쩌면 시장이 뒤집어지는 상황(변동성이 극에 달하는 국면)에서 돈을 벌기 쉽다는 것을 잘 아는 글로벌 투기 자본은 이미 움직이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가 알 수 없는 ‘머니게임’이 이미 시작했을 수도 있다. 어떤 노래 가사에서처럼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라는 말이 맞아떨어지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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