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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 vs 호반’ 그룹 싸움으로 번진 전선 1·2위 분쟁

김성진 기자I 2025.03.16 13:07:04

‘해저케이블 기술 탈취 의혹’ 수사 결과 관심
대규모 소송전으로 번질 가능성
호반그룹 ㈜LS 지분 기습 취득
“단순투자”라지만 압박 용도 관측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국내 전선업계 1·2위인 LS전선과 대한전선 간 특허분쟁이 격화하며 그룹 간 갈등으로 확전하는 양상이다. 양사 갈등을 촉발시켰던 버스덕트(busduct·대용량 전략 배전 시스템) 특허 소송은 지난 13일 LS전선이 승소한 가운데, 대규모 소송전까지 번질 수 있는 ‘해저케이블 기술 탈취 의혹’ 조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대한전선의 모회사인 호반그룹은 최근 LS전선의 모회사인 ㈜LS의 지분을 기습적으로 취득하며 양 그룹 간 갈등이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호반은 이번 지분 취득이 “단순 투자”라는 입장이지만, 상당히 이례적인 사건이라 재계에서는 “쉽게 갈등이 마무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LS전선 해저케이블 포설선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경찰이 조사하고 있는 대한전선의 LS전선 ‘해저케이블 기술 탈취 의혹’ 결과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6월 LS전선의 고전압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혐의로 건축설계회사 가운종합건축사사무소를 압수수색했으며, 이후 대한전선 측에 대해 3차례 압수수색을 실시한 바 있다. 경찰은 올 상반기 내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국내 전선업계 지형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LS전선은 2007년 전 세계에서 4번째로 초고압 해저케이블을 개발하고 2009년 국내 최초의 해저케이블 전용 공장을 준공했다. 고전압 해저케이블 기술은 중저압 케이블에 비해 작동 속도와 내구성이 우수해 해상풍력 발전의 고부가 가치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LS전선은 지난 7월 공식 입장에서 “대한전선의 기술 탈취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국내외에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에 따라 LS전선이 승소할 경우 대규모 소송전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대한전선은 “2009년부터 해저케이블 공장 및 생산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으며 2016년 이후 당진 케이블 공장에 해저케이블 생산 설비를 설치해 납품한 실적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때문에 호반그룹이 ㈜LS의 지분을 취득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호반그룹이 LS그룹을 압박하고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분 3% 이상을 확보한 주주는 기업의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하고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회계장부도 열람할 수 있다. 다만 호반그룹은 “재무적 투자를 순수하게 진행한 것뿐”이라며 “유동성이 좋고 건설경기가 안 좋으니 전선산업 분야에서 활발히 확장하는 것”이라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양사 분쟁이 심화하는 이유로는 해저케이블의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해저케이블은 말 그대로 통신 및 전기의 전송을 위해 바다 아래에 놓는 케이블로, 해상풍력 발전 단지 확장과 국가 및 지역 간 전략망 연결 수요에 의해 고성장하는 추세다. 특히 해상풍력 발전소의 잠재 성장력을 고려하면 공급 부족도 예상되는 분야다. 영국 원자재 정보 제공업체 CRU에 따르면 전 세계 해저케이블 수요는 2022년 49억달러에서 2029년 217억달러로 증가가 예상된다. 이번 수사 결과가 한쪽에 불리하게 나올 경우 앞으로 해외 해저케이블 영업에서 악재가 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국내 그룹 간 미래 먹거리를 둘러싼 특허 분쟁은 최근 들어 점차 심화하는 양상이다. LG와 SK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전기차 배터리 특허소송을 벌인 바 있으며, 최근에는 HS효성과 코오롱이 하이브리드 타이어코드(HTC) 기술을 놓고 분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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