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대한전선의 모회사인 호반그룹은 최근 LS전선의 모회사인 ㈜LS의 지분을 기습적으로 취득하며 양 그룹 간 갈등이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호반은 이번 지분 취득이 “단순 투자”라는 입장이지만, 상당히 이례적인 사건이라 재계에서는 “쉽게 갈등이 마무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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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국내 전선업계 지형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LS전선은 2007년 전 세계에서 4번째로 초고압 해저케이블을 개발하고 2009년 국내 최초의 해저케이블 전용 공장을 준공했다. 고전압 해저케이블 기술은 중저압 케이블에 비해 작동 속도와 내구성이 우수해 해상풍력 발전의 고부가 가치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LS전선은 지난 7월 공식 입장에서 “대한전선의 기술 탈취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국내외에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에 따라 LS전선이 승소할 경우 대규모 소송전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대한전선은 “2009년부터 해저케이블 공장 및 생산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으며 2016년 이후 당진 케이블 공장에 해저케이블 생산 설비를 설치해 납품한 실적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때문에 호반그룹이 ㈜LS의 지분을 취득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호반그룹이 LS그룹을 압박하고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분 3% 이상을 확보한 주주는 기업의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하고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회계장부도 열람할 수 있다. 다만 호반그룹은 “재무적 투자를 순수하게 진행한 것뿐”이라며 “유동성이 좋고 건설경기가 안 좋으니 전선산업 분야에서 활발히 확장하는 것”이라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국내 그룹 간 미래 먹거리를 둘러싼 특허 분쟁은 최근 들어 점차 심화하는 양상이다. LG와 SK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전기차 배터리 특허소송을 벌인 바 있으며, 최근에는 HS효성과 코오롱이 하이브리드 타이어코드(HTC) 기술을 놓고 분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