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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정신건강은 사회안보’
이날은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가 출범하는 날이었다. 대통령 직속으로 정신건강 정책을 다루는 기구가 생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위원회는 100만 명에게 심리상담 서비스를 지원하는 ‘전 국민 마음투자 사업’,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재활시설 확충, 정신장애인 특화 고용모델 개발 등을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국민의 마음을, 정신건강을 돌보는 문제가 매우 중요한 국정과제가 됐다”며 “우리나라가 이룩한 물질적 풍요로움에 걸맞게 국민의 정신건강도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국민 정신건강에 대한 국가 지원을 강조했다. 1인 가구의 증가, 가족 등 공동체의 붕괴, 과도한 경쟁 등으로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해졌지만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국가 차원의 투자는 거의 없었다는 게 윤 대통령의 문제의식이었다. 특히 지난해 서현역 흉기 테러 이후 윤 대통령은 정신건강 정책의 중요성을 심각하게 인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정신건강 정책 비전을 선포하며 “국민의 정신건강을 위해 국가가 적극 나서야 할 때”라며 “정신건강 문제를 개인이 알아서 할 문제가 아니라 이것을 중요한 국가 아젠다로 삼고 적극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정신건강을 사회안보라고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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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여사 “누구에게나 오는 삶의 위기, 저에게도”
윤 대통령뿐 아니라 부인 김건희 여사도 정신건강 문제에 관심이 많다. 김 여사는 26일 정신질환 당사자, 자살 유가족 등과의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엔 윤 대통령도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윤 대통령이 편안한 간담회를 위해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이석하면서 이례적으로 김 여사가 회의를 주재하게 됐다.
김 여사는 이 자리에서 누구에게나 인생을 살다 보면 찾아오는 삶의 위기·어려움이 저에게도 왔었고 그로 인해 저 역시 몇 년 동안 심하게 아팠었고 깜깜한 밤하늘이 나를 향해 무너져내리는 듯한 불안감을 경험했었다”며 “제가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이렇게 밝히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저를 통해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자신의 경험을 나눴다. 이어 ‘대통령 배우자로서 역할을 떠나 비슷한 경험을 한 친구로 여러분 곁에 찾아가겠다며 자주 만나서 이야기하자’고도 말했다.
김 여사는 앞서도 자살시도자 구조 경찰관, 정신건강 활동가, 자살시도 후 회복자 등과 간담회를 열었다. 지난해 11월엔 ‘정신건강’을 주제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플 본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배우자 프로그램에 질 바이든(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인) 여사 등과 참여했다. 이 자리엔 걸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로제도 함께 했다.
국민 정신건강 정책을 강화하는 건 한국만이 아니다. 영국은 2018년 외로움부 장관과 자살 예방 담당 차관을 만들어 정신건강 문제를 담당하게 했다. 일본도 2021년 1인 가구나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미혼모 등의 고독·고립 문제를 맡는 고독·고립 담당 장관을 신설했다. 뉴질랜드는 예산 편성 과정에서 일정액을 경제적 성과가 아닌 국민 행복 증진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 ‘행복예산’을 편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