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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한 기술력을 가진 파텍필립의 이미지를 끌어다가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캐릭터의 성격을 표현하고자 한 기교이다. 영화에 등장한 시계는 클래식한 모델로 선정해 주인공의 절제된 내면을 드러내기에 제격이었다.
문제는 시계가 파손할 우려가 컸다는 것이고, 더 큰 문제는 시계가 너무 고가라는 점이었다. 영화는 차량 추격신과 격투신같은 격렬한 액션이 난무했다. 이 과정에서 진품이 물리적인 충격을 받아 파손하거나 훼손할까 걱정됐다. 파텍필립은 가장 저렴한 게 최소 수억 원에 이르고, 2019년 경매에서 약 326억원에 팔린 세계에서 가장 비싼 시계 브랜드다.
이런 우려 탓에 가품을 활용했다. 영화 소품 담당자는 이후 패션지 지큐(GQ)와 인터뷰에서 “부끄러운 일이지만 우리는 가짜 시계를 대여섯 개 사용했다”며 “영화 특성상 시계가 깨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에 나오는 시계는 구매할 수 없다”며 “진짜 모델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예 허구로 만들어낸 시계라는 의미다. 짝퉁을 어디까지로 봐야 하는지 기준이 다르지만, 좁은 의미에서 `실제 모델을 본뜬` 것으로 친다면 영화의 시계를 짝퉁으로 볼지는 의견이 갈린다.
영화 킬빌(Kill bill)에서 여주인공 우마 서먼(Uma thurman)이 착용한 롤렉스(Rolex) 시계도 가짜였다. 영화에 쓴 모델은 롤렉스 데이토나 제품인데 실제 모델과 부속 배치가 달라서 대번에 드러났다. 왜 짝퉁을 썼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호사가들은 영화가 `쿵후`를 소재로 한다는 걸 걸고 넘어가려고 한다. 쿵후의 고장이 중국이라는 게 짝퉁과 연관 있다는 것이다. 의도적인 것이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진짜 천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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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치 않게 쓰인 가품을 짚어내는 것도 재미다. 영화 빅 쇼트(The Big Short)에서 투자자 마크 바움역을 맡은 스티브 카렐(Steven John Carell)이 착용한 롤렉스가 이런 경우다. 영화는 금융위기(2007~2008년) 당시 미국 월가를 그리고 있는데, 그가 착용한 롤렉스 서브마린 세라믹은 2010년 나온 모델이다. 영화가 개봉한 시기는 2015년이라 문제가 없지만 극 중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면 착용할 수 없는 모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