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산증가를 기준으로 부과되는 법인세나 포괄주의를 취하고 있는 증여세 등은 부과될 수 있었지만, 개인 간 거래에서 발생하는 시세차익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 기타소득세가 부과될 수 있는지 논란만 지속돼 왔을 뿐 실제 과세는 되지 않았다. 소득세법에 마땅한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년 12월29일 소득세법이 개정되면서 과세의 칼날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개정법에 의하면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 양도나 대여로 국내 거주자에게 발생한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된다. 이 기타소득금액에서 250만원을 공제한 금액의 20%가 세액이 된다. 예컨대 비트코인 거래로 500만원을 벌었다면 세액은 50만원이 된다.[(500-250) X 0.2 = 50] 이러한 세액은 5월 종합소득세 신고를 할 때 함께 신고해야 한다.
이 개정안은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따라서 내년부터 이루어지는 가상자산 거래에 대해서는 꼼꼼하게 소득금액을 계산해 관련 세액을 납부해야 한다. 제대로 가상자산 기타소득을 신고하지 않다가 적발될 경우 많게는 60%까지 가산세를 물 수 있다.
법 시행 전 보유하고 있던 가상자산을 매각하는 경우에는 세액이 어떻게 산출되는지 의문이 들 수 있는데, 이에 대해 소득세법 개정안에서 자세히 정하고 있다. 법 시행 전 실제 취득가액 또는 2022년 1월1일 0시 국세청장이 고시한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공시한 가격의 평균액 중 큰 것으로 취득가액이 인정된다. 일례로, 오늘 비트코인을 5000만원에 1개 샀고, 2022년 1월1일 비트코인 가격이 1억원이 됐다면, 취득가액은 1억원으로 인정된다. 만약 2022년 2월에 비트코인을 1억5000만원에 매도했다면 과세표준금액은 `1억5000만-1억원`이 돼 5000만원이 된다. 5000만원에서 250만원을 제한 금액의 20%가 세액이 되니, 최종적으로 4750만원의 20%인 950만원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과세자료 확보를 위한 법 조항도 도입됐는데, 가상자산 사업자는 거래자별 가상자산거래명세서을 관할 세무서에 제출해야 한다. 가상자산 거래소 입장에서도 큰 부담이 생긴 셈이다. 문제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하지 않고서도 가상자산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해외 거래소에서 거래하거나 개인 간 거래를 할 경우 현실적으로 과세당국에서 이를 포착하기는 쉽지 않다. 가산세 부과 등 탈세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통해 자진 납세를 유도할 수는 있겠지만, 가상자산 거래 실태를 감안하면 현실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해외로의 자금 이탈도 충분히 예상해볼 수 있다.
아울러 가상자산의 경우 수십, 수백가지 종목에 대해 하루에도 수십, 수백번 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데,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개인 입장에서 기타소득금액을 제대로 산정하기도 쉽지 않다. 여러 거래소를 동시에 이용하거나 개인 간 거래 플랫폼까지 활용하고 있다면 세금 계산에서부터 상당한 곤란함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률, 세무 전문가들의 조력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애초부터 거래세를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았나 생각되는 부분이다.
특금법 개정을 통한 가산자산사업자 신고제도 도입, 소득세법 개정을 통한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기타소득세 도입으로 점차 가상자산 거래가 제도권으로 포섭되고 있다. 그 동안 방치됐던 가상자산 거래를 규율하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그 방향성이 투자자 보호나 투기적 거래 방지에 있다기 보다는 세수 확보에 집중돼 있다는 것은 상당히 아쉬우며 그 내용 또한 현실성이 다소 떨어져 추후 보완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