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기막힌 타이밍 속에 볼보의 인기를 부채질할 신차가 또 나왔다. S60 세단이다. 지난 8월 출시와 동시에 올해 국내에 들어올 물량이 모두 동이 났다. 지금 계약하면 내년 초에야 차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8년 만에 돌아온 S60은 여러가지로 매력적이다.
S60은 먼저 출시된 V60CC(크로스컨트리)와 똑같은 차체를 쓴다. 다른 점은 S60이 전륜구동, 차고가 높지 않은 세단이라는 것, V60CC는 왜건 스타일에 사륜구동을 갖췄다는 차이 뿐이다. 전면 외관 디자인부터 실내 인테리어까지 판박이다.
S60은 S90과 마찬가지로 볼보의 SPA 모듈형 플랫폼을 쓴다. 전반적인 외관은 먼저 출시된 플래그쉽 S90과 궤를 같이하지만 크기가 작다 보니 훨씬 다부진 인상이다. 최근 트렌드로 자리잡은 패스트백 형태가 아닌 전통적인 ‘3-박스 세단’ 형태를 고수한 것이 특징. 자칫 보수적이고 올드한 느낌을 줄 수 있지만 특유의 세련미가 더해져 오히려 차별화 요소로 보인다.
다만 뒷태는 앞에 비해서 완성도가 그다지 높아보이지 않는다. S90의 뒷모습에서 느껴졌던 어색함 그대로다. 왜건•SUV 리어램프 디자인과의 연결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해 보이지만 세로로 길게 뻗은 리어램프를 낮은 트렁크 도어로 구겨 넣은 모양새다.
편의장비도 몽땅 그대로다. 볼보 특유의 얇지만 구석까지 몸을 받쳐주는 편안한 시트는 나파가죽을 둘렀다. 여기에 3단계로 조절되는 통풍시트와 마사지 기능까지 품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열선 스티어링 휠도 기본이다. 모든 음역에서 풍부한 해상력을 보여주는 ‘바워스&윌킨스’ 오디오 역시 인스크립션 모델에 포함됐다. S60 오너라면 만족스럽겠지만 이쯤 되면 S90 오너 입장에서는 왠지 모를 서운함이 느껴질 법하다.
뒷좌석 공간은 무난하다. 경쟁모델인 제네시스 G70보다는 엄청 크지만 실제 느낌은 신형 BMW 3시리즈(G20)와 엇비슷했다. 대신 쿠페형 루프라인의 제약에서 벗어난 3-박스 디자인이라 헤드룸이 넉넉해 쾌적하다.
전륜구동 차량이지만 전동 파워트레인과 4륜구동을 염두한 설계로 센터터널은 후륜구동 세단 부럽지 않게 우뚝 솟아있다. V60CC와 마찬가지로 실질적으로 2인승에 가깝다.
442L의 트렁크 용량은 경쟁모델에 비해 살짝 작은 편. 용량을 늘리기 위해 펑크 수리킷을 넣은 바닥을 조금 더 깊게 파는 수고를 더했다. 이 때문에 생긴 애매한 경사면으로 적재 시 편의성은 떨어진다. 북미 판매가 주력임에도 뒷좌석은 폴딩 대신 스키쓰루를 넣었다. 폴딩이 안되는 점은 경우에 따라서 아쉬움으로 느껴질 수 있겠다.
전반적인 주행감각은 디자인 만큼이나 단정하다. 바닥소음과 풍절음, 진동을 잘 억제해 주행이 상당히 편안했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았다. 약간의 터보랙으로 머뭇거림이 느껴지지만 수트 안에 숨겨진 근육이 드러나듯 넉넉한 힘이 차를 밀어붙인다. 공차중량은 1700kg, 얼마 전 시승한 기아 K7프리미어보다 무겁지만 몸놀림은 훨씬 날렵하다.
적절히 묵직한 조향감과 탄탄한 서스펜션에 기반한 매끈한 코너링은 기본이다. 예전 볼보처럼 굼뜬 몸놀림은 찾아보기 어렵다. 최신 볼보의 후륜에는 판 스프링이 적용되는 것이 특징이다. 흔히 트럭에 사용하는 일반적인 형태가 아닌, 가로로 배치되는 방식이다. 가벼운 무게와 부피로 트렁크 공간 및 하이브리드 모델 배터리 공간 확보는 물론 볼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약간의 스태빌라이저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S60은 출시 초반부터 대박이다. 지금 계약하면 내년 2,3월이나 차를 받을 수 있을 정도다.
S60의 가장 큰 적은 경쟁차의 공격적인 할인 프로모션이다. BMW 3시리즈의 경우 S60보다 700만원 정도 높은 가격표를 달고있지만 최근 500만원 할인에서 700만~800만원까지 프로모션이 확대될 전망이 나온다. 그럴 경우 실구매가에서 차이가 크게 좁아진다. 벤츠 C클래스 역시 최근 5백만원 이상 할인을 시작했다.
부족한 서비스 센터와 검증되지 않은 내구성, 아울러 물량확보도 숙제로 남아있다. 앞서 V60CC, XC40 등 유럽 생산 모델의 경우 대기 기간이 최소 6개월이 넘을 만큼 출고가 원활하지 않아 판매량과 프로모션에도 악영향을 준 바 있다. 할인의 유혹을 뿌리치고 구매를 결심한 소비자 역시 ‘기다림’이라는 큰 벽 앞에서 발길을 돌린 경우도 부지기수다.
더구나 반일 감정으로 일본차 판매가 급감하면서 시장이 볼보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적절한 시기에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에 피로감을 느낄 때 눈길을 돌릴만한 차다.
한 줄 평
장점: 후륜구동 비율의 세련미 넘치는 외관 및 럭셔리한 인테리어
단점: 빠릿하지 않은 변속기와 좁은 트렁크 공간,늘어지는 출고 기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