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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용익의 록코노믹스]주다스프리스트 저작권이 매물로 나온 사연

피용익 기자I 2018.05.19 11:41:26
주다스 프리스트 시절의 K.K. 다우닝. (사진=AFP)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누군가에게는 역사적인 헤비메탈 곡의 저작권 지분을 소유할 꿈의 기회다.

다른 누군가에게는 40년 헤비메탈 인생의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악몽이다.

영국 헤비메탈 밴드 주다스 프리스트의 노래 130여곡에 대한 저작권 일부가 최근 매물로 나왔다. “Breaking The Law”, “Living After Midnight”, “Painkiller” 등 대표곡들도 포함됐다. 이들 곡에 대한 저작권을 사면 연간 3억~4억원에 달하는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사연은 이렇다.

주다스 프리스트의 전 기타리스트인 K.K. 다우닝은 헤비메탈 만큼이나 골프를 좋아한다. 그는 1985년부터 영국 슈롭셔 브릭노스에 소유하고 있던 유서 깊은 ‘아스트버리 홀’ 저택 마당에 지난 2010년 골프장(18홀·파71)을 오픈한 데 이어 2011년에는 아예 밴드를 탈퇴하고 골프장 사업에 전념하기로 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아스트버리 홀에 별장 40채와 호텔을 추가로 지으며 럭셔리 골프 리조트를 조성했다. 여기에는 수백만 달러가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다우닝은 2012년 지역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 재산 대부분을 여기에 쏟아부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프로 골퍼 수준의 실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다우닝은 아스트버리 홀에서 ‘브리티시 오픈’을 유치하길 간절히 바랐다. 또 이를 통해 생긴 명성으로 기업들의 골프 접대 수요를 확보하면 사업이 번창할 것으로 여겼다. 골프 사업 외에도 주다스 프리스트 음원을 통해 저작권료가 꾸준히 나오니 골프와 함께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실제로 한동안 아스트버리 홀 골프 클럽은 각종 언론에 소개되며 유명세를 탔다. 한 골프 전문지는 영국 런던 근교의 허퍼드셔에 있는 ‘더 그로브’에 버금가는 골프장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영국 경제 상황이 받쳐주지 않았다. 기업들이 비용 절감에 나서면서 골프 접대를 줄이는 바람에 K.K. 다우닝의 사업은 유탄을 맞게 됐다. 결국 2017년 10월 아스트버리 홀은 채무를 상환하지 못해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1000만파운드(약 146억원)에 매물로 나오게 됐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2018년 5월에는 채무 상환을 위해 다우닝이 참여한 주다스 프리스트 곡에 대한 저작권 지분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1969년부터 2011년까지 40년 넘게 주다스프리스트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한 다우닝에게 저작권 일부 또는 전부가 있는 곡은 136개에 달한다.

주다스프리스트 음원 저작권 지분의 구체적인 매각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구조조정을 맡은 FRP 어드바이저리는 “다우닝의 저작권 지분은 연간 34만~40만달러(약 3억7000만~4억3000만원)의 수익을 낸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알라스테어 마시 파트너는 “주다스프리스트의 성공을 이끈 곡들에 투자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투자자들에게는 기회일 수 있지만, 다우닝으로서는 음악 인생의 모든 것을 잃게 된 셈이다.

다우닝은 주다스 프리스트의 동료 기타리스트였던 글렌 팁튼이 2018년 초 파킨슨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밴드 복귀를 기대했으나 이마저도 무산됐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주다스프리스트에서 돌아오라고 하지 않아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나에게 연락하지 않은 이유가 금전적인 것은 아니길 바란다”고 했다.

야심차게 벌였던 골프 사업이 망하면서 헤비메탈의 역사를 써 온 다우닝의 말년은 꼬일대로 꼬였다. 브리티시 오픈 유치의 꿈도 물론 좌절됐다.

한편 다우닝이 탈퇴한 주다스 프리스트는 2018년 3월 정규 18집 ‘Firepower’를 발매하고 전성기에 못지않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앨범은 발매 첫 주 빌보드 앨범 차트 5위에 올랐다. 이는 주다스프리스트 역사상 가장 높은 순위로 기록됐다.

아스트버리 골프 리조트 전경 (사진=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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