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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돋보인 곳은 3조원짜리 초대형 딜을 성사시킨 베인캐피털이다. 베인캐피털·골드만삭스 컨소시엄은 지난 9월 화장품 브랜드 AHC를 보유한 카버코리아를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에 약 3조 1000억원에 매각했다.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이 지난해 6월 카버코리아를 7000억원에 사들인 뒤 1년여 만에 4배 이상의 가격을 받고 판 것이다. 이 과정에서 베인캐피털이 거둔 수익만 1조5000억원, 내부수익률(IRR)은 무려 300%를 기록했다.
베인캐피털은 국내 보톡스 전문업체 휴젤을 약 93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휴젤의 시가총액은 현재 약 2조 4000억원 수준이다. 베인캐피털은 코스닥 순위 10위권인 스타 바이오주를 싼값에 사들인 셈이 됐다.
베인캐피털의 활약 뒤엔 이정우(사진) 전무가 있다. 이 전무는 컨설팅 전문업체 맥킨지와 칼라일그룹 산하의 알프인베스트 파트너스, 크레디트스위스(CS), 모간스탠리PE를 거치며 다양한 M&A 경력을 쌓은 뒤 지난 2015년 베인캐피털로 자리를 옮겼다. 이 전무는 현재 베인캐피털 한국 대표를 맡고 있다.
이 전무가 합류한 뒤 베인캐피털의 존재감이 확연해졌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 전무의 딜 소싱(매물 발굴)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커버코리아의 인수와 매각 과정에서 이 전무가 직접 딜소싱을 담당했고, 휴젤 인수 또한 그의 작품이다. SK하이닉스가 베인캐피털 등 미국, 일본 기업과 손잡고 도시바메모리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무는 모간스탠리PE 재직 시절 한화L&C와 놀부 지분투자를 포함한 대형 거래를 주도하고 기업 경영에도 직접 참여한 바 있다.
국내 운용사 중엔 MBK파트너스와 IMM PE가 두각을 나타냈다. MBK는 지난 2월 대성합동지주와 골드만삭스 컨소시엄에서 대성산업가스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인수대금만 약 2조원에 육박하는 상반기 랜드마크 딜이다. 지난 6월엔 이랜드리테일의 홈리빙사업 부문인 모던하우스를 6400억원에 인수했다. MBK는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의 넷째 사위인 김병준 회장이 선두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다. 칼라일그룹 출신인 김 회장은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최고 전문가다.
송인준 대표가 이끄는 IMM PE도 수천억원 규모의 M&A 거래에서 성과를 올리며 토종 PEF 운용사로서의 위상을 지켰다. 4000억원 규모의 현대삼호중공업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에이블씨엔씨와 더블유컨셉에 각각 3300억원, 612억원을 투자했다.
반면 금호타이어 매각은 올해 가장 아쉬운 M&A로 꼽힌다. 연초 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중국 더블스타와 주식매매계약(SPA)까지 맺었으나 막판에 틀어지며 거래를 매듭짓지 못했다. 금호타이어 측은 현재 진행되는 실사가 마무리되면 본격적으로 재매각에 돌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중국 사업법인의 부진이 이어지고 노동조합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이 인위적 구조조정에 반대해 매각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