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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30대 후반 김모씨는 여자친구와 결혼을 계획한지 꽤 됐다. “이르면 올해 말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런데 가장 신경 쓰이는 게 ‘신혼집 장만’이다. 그는 10년 가까이 회사를 다니며 1억원가량 모았고, 부모님의 도움까지 더해 2억원에 육박하는 돈을 밑천으로 하고 있다. 주위에서는 “그 정도면 아주 양호한 것 아니냐”고 하지만 김씨의 속내는 또 다르다.
김씨는 “아무래도 아파트로 가고 싶은데 서울 시내에서는 전세를 구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렇다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주위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결국 대출을 해야 할 것 같다는 게 김씨의 생각이다. 그는 “주거난이 막상 현실로 다가오니 전처럼 돈 쓰는 것도 망설여지게 된다”고 토로했다.
◇3040의 부채 부담
3040이 빚 부담 앞에 흔들리고 있다. 30대와 40대의 주거 관련 대출 상환의 비중은 다른 세대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핵심 소비층인 이들이 지갑을 닫은 건 우리 경제의 민간소비 둔화와 직결돼 있다는 해석이다. 20대 청년층과 60대 노년층에 대한 정책적 배려 못지 않게 30~40대에 대한 소비 대응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대경제연구원이 11일 통계청 자료를 자체 계산한 결과를 보면, 지난 2012~2016년 30대가 가구주인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감소 지출 비중은 연평균 40.1%를 기록했다.
부채감소 지출은 부동산대출 상환, 전세금 반환 등을 의미한다. 30대 연령층의 가구는 최근 5년간 한 해 번 돈의 40% 이상을 주거 관련 비용으로 썼다는 의미다. 전세대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다. 같은 기간 20대 이하와 60대 이상의 이 비중은 각각 31.0%, 23.3%였다.
이는 과거보다 더 상승한 것이기도 하다. 2007~2011년 당시 연평균 비중 34.7%보다 5.4%포인트 올랐다.
최근 5년 40대 가구주 가계의 부채감소 지출 비중도 38.6%에 달했다. 30대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아울러 2007~2011년(31.3%)과 비교하면 7.3%포인트 급등했다. 전세대 중 가장 높은 상승 폭이다.
이런 빚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 감소로 이어졌다. 2012~2016년 30대 가구의 연평균 실질소비지출 증가율은 -0.6%로 2007~2011년(0.7%) 대비 -1.2%포인트 하락했다. 20대(-4.6%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하락 폭이다. 같은 기간 40대 가구 역시 1.3%에서 0.6%로 내렸다.
민간소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보다 낮은 현상이 장기화하는 건 이같은 현실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최근 5년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3.0%를 기록했는데, 민간소비는 2.1% 증가하는데 그쳤다. 2007~2011년 경제성장률과 민간소비 증가율은 한 해 평균 각각 3.4%, 2.2%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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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안정 관리해야”
가구주의 고령화 경향이 짙어지는 와중에 돈 쓸 곳이 많을 연령층인 3040마저 돈 쓰는데 인색해지면, 소비 반등은 요원해질 수도 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소비성향이 상대적으로 높은 계층의 소비여력 약화는 소비 부진의 장기화를 유발할 수 있다”면서 “연령별 정책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주거비 부담이 가계 소비를 제약하고 있는 만큼 주택 관련 대출 추세를 면밀히 점검해 주택가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게 이 이사의 지적이다.
그는 “변동금리 재출의 비중을 줄이고 서민정책금융을 강화해 중장년층의 부채에 대한 방안이 필요하다”고도 했다.